막말과 선거

2020.05.07 12:47

이우철 조회 수:3

막말과 선거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이우철

 

 

 

/봄기운을 느낄 겨를도 없이 꽃잎이 지고 있다. 아침 산길 어젯밤 내린 비로 산벚꽃 꽃가루가 하얗게 뿌려져 있다. 신혼부부를 위해 깔아놓은 양탄자처럼 사뿐이 즈려밟고 가라 한다. 예기치 않은 코로나선거를 치르며 마음고생이 심했을 우리, 무사히 깊은 터널을 빠져나오듯 한숨을 돌리니 마음은 잔잔해진다.

 

 제21대 국회의원선거가 끝났다. 180석을 차지한 민주당의 압승이다. 조금 예상은 했지만 이처럼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 주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여와 야는 물론 당선자도 낙선자도 큰 부담과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정치초년생이 전직 서울시장을 이기고, 5선급 원내대표를 무너뜨리는 일들이 여기저기서 일어났다. 역병과 싸우면서도 66.2%의 투표율을 보인 것은 그만큼 신선한 변화와 새로운 물결이 출렁이기를 기대했으리라.

 

 국회는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이다. 법률을 제정하고 예산안을 심의하며 주요정책을 논의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관이다. 그들의 임무요 당연한 기능을 성실이 수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수많은 특권을 부여해 주었다. 회기 중에는 채포 구금할 수 없는 불채포특권, 면책특권이 주어진다. 이 외에도 특혜와 권한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만큼 국가와 지역을 위해 열심히 일하라는 열망이 담겨져 있다.

 

 지난 20대 국회는 최악의 국회라 할 만큼 막말이 난무했다. 정치뉴스를 보면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욱신거렸다. 이미 국민적 심판을 받은 세월호사건이나 5.18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하여 악담을 하며 싸우는 모습을 보면 ‘우리 수준이 겨우 이 정도란 말인가?’ 한숨이 나왔다. 자신들이 법안을 만들고 통과시킨 법률안을 부정하며 싸우는 꼴이다. 이를 통제할 방법은 4년마다 치르는 선거뿐이었으니 몹시도 지루했다.  

   촛불은 촛불일 뿐이지 바람 불면 다 꺼진다.   (김진태)  

   5.18은 민주화운동이 아니라 폭동이다.        (이종명)

   이들이 의상자라도 되는가. 시체장사 하려한다.(김순례)

 

 대통령은 탄핵으로 물러났는데 국회는 그대로였다. 촛불민심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들어섰지만 여소야대의 국회상황에서 조용할 날이 없었다. 장관임명, 법률안 심의, 예산 등 안건이 있을 때마다 큰소리가 나고 무사히 넘어가는 일이 없었다. 금쪽같은 대통령의 임기 3년을 훌렁 넘겨 버렸으니 이제 남은 임기는 2년에 불과하다. 아무리 인정이 메마른 사회에서도 정권초기에는 일정기간 배려해주는 것이 도리가 아니던가?

 

 

 

  이번 선거를 통해 막말 정치인들은 많이 교체되었다. 아직도 그들이 남아있다면 다음 기회를 기다려야 한다. 때 묻고 노련한 정치인들보다 차라리 새로운 인물을 선택한 것이다. 많이 배우고 경험이 필요로 하는 단체장과는 달리, 국회는 당론에 움직이는 성격이 강하므로 그 능력과 노하우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다만 올곧은 지도자가 필요하며 서민들의 작은 목소리에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따뜻한 가슴이 필요하다.

 

 이제 제21대 국회는 산더미처럼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우선 ‘코로나19’ 로 멈추어진 경제를 일으켜 세워야 한다. 지난 1월말부터 역병 ‘코로나19’ 때문에 세계경제는 멈추어 있다. 외국인들의 출입국을 통제하며 관광, 물류의 이동도 자유롭지 못한 형편이다. 소상공인, 영세업자들은 당장 생계에 위협을 받고 있으니 경제문제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대책이 이 정부의 시험대가 될 것이다.  

 

 공자는 ‘말을 잘 꾸미고 얼굴빛을 좋게 하는 사람을 조심하라(巧言)’ 했다. 막말하는 정치인은 그림자처럼 오래오래 그 뒤를 따라다닐 것이다. 선거에서 같이 승부를 겨뤘던 당사자들은 서로 승복하고 지역을 위해 발로 뛰며 봉사할 수 있는 길을 찾아 나서길 바란다. 막말이 없는 국회를 기대한다.

                                                                                (2020. 5. 7.)

 

 

 

 

 

댓글 0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파일 첨부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크기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487 안전벨트를 매야 하는 큰 이유 최기춘 2020.05.09 7
1486 감사의 건강학 한성덕 2020.05.09 4
1485 동학농민혁명을 돌아보며 곽창선 2020.05.09 3
1484 코로나19 이후의 한반도 임헌영 2020.05.08 5
1483 나는 하루 중 98%는 긍정적이다 나인구 2020.05.08 3
1482 지금은 비빔밥 시대 김학 2020.05.07 4
1481 어버이의 날 두루미 2020.05.07 4
» 막말과 선거 이우철 2020.05.07 3
1479 존경받는 남편이 되기 위한 10가지 두루미 2020.05.06 7
1478 인생에도 색깔이 있습니다 두루미 2020.05.06 5
1477 정읍의 매력 백남인 2020.05.06 12
1476 새로운 일상 하광호 2020.05.06 0
1475 한지의 보답 정남숙 2020.05.06 3
1474 노년의 멋 두루미 2020.05.06 5
1473 여배우의 주름살 두루미 2020.05.05 3
1472 선괭이밥 백승훈 2020.05.05 3
1471 하품아, 고맙다 한성덕 2020.05.05 4
1470 지금이 중요하다 고도원 2020.05.05 1
1469 양평에서 들려온 교향악 전용창 2020.05.04 4
1468 봄나물 이진숙 2020.05.04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