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은 소망

2020.05.17 13:33

곽창선 조회 수:35

나의 작은 소망

 

         신아문예대학 수필 창작 수요반   곽 창 선

 

 

 

 

 

 

 

 지난해 연초 지인으로부터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머지않아 남북교류가 성사되면 제일 먼저 판문점이 개방되면서 북한 전 지역을 방문할 수 있게 된다며 들떠 있었다. 수년 전 북한여행기회를 잃어 섭섭했었는데 새로운 희망이 생겨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기다렸다는 듯 언론들은 앞을 다투어 남북협상이 가시권에 들어 왔다며 예측 기사를 쏟아 내고 있었다.

 

 

 

 이번 기회는 놓치고 싶지 않아 서둘러 여행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필요한 준비물이며 비용도 산출해가며 유적지와 관광명소의 이력을 세세히 찾아 기록해 나갔다. 여행에 필요한 용품들은 아내가 챙기고 모 금융여행적금에 가입한 지 20개 월이 넘었다.

 

 

 

 버킷리스트 꿈은 철길 따라 전주에서 유럽을 지나 시베리아를 돌아 대동강 능라도에서 맥주 한 잔을 마시고 싶은 작은 소망이다. 단조롭던 생활에 활기를 찾으며 미지의 세계로 일탈을 꿈꾸며 새로운 도약으로 나래를 펴는 재미에 하루해가 짧았다.

 

 

 

 해가 바뀌고 벌써 5월 중순이다. 갑자기 찾아온 더위를 피해 소파에 누웠다가, 거실 벽에 걸린 칼렌더에 눈길이 미쳤다. 연초 모 금융사에서 백두산천지의 신비경을 촬영한 전지 한 장 크기의 달력이 나왔다. 신비한 백두산 천지의 사계절의 이모저모를 월별로 사진에 담고 있어 넘겨보며 펼쳐지는 백두산의 신비경에 나도 모르게 빠져들었다.

 

 백년 설이 녹아내린 천지의 맑은 물빛은 푸르다 못해 눈이 시렸다. 기암괴석 사이의 생소한 꽃이며, 이름 모를 나무들이 어우러져, 푸른 물빛에 그려진 풍경은 무릉도원이 부럽지 않았다. 설레는 마음으로 달려가 목을 축이려고 물을 손바닥에 떠 마시려다 심한 전율을 느끼며 눈을 떴다. 아내는 웬 잠꼬대가 그렇게 요란스럽냐며 투정이었다. 아내의 방해로 더 즐길 수 있는 꿈길을 걷지 못해서 유감이었다.

 

 

 

 미국의 노래 중 ‘푸르고 푸른 고향의 풀’이라는 노래 속에서 사형수가 날마다 고향 꿈을 꾼다는 내용이 있다. 눈을 떠 보면 네 벽이 회색빛으로 싸였으나, 꿈속에는 벽돌담이나 철창은 보이지 앉는 정겨운 고향 품에 잠든다는 노랫말이다. 이 사형수와 같은 간절한 소망이 내 안에도 숨쉬고 있다.

 

 

 

 우리 주위를 싸고도는 조건은 날로 더 심각해져 가고 있다. 마치 구한말의 위기가 다시 요동치는 듯한 불안감마저 든다. 양코배기는 양수겸장으로 사태를 즐기고 있고, 오랑캐들의 음흉한 몸짓과 바다건너 왜놈들은 침탈의 역사도 잊고, 마각을 드러내며 할퀴려고 덤비니 사면초가다. 더욱 붉은 무리들은 시도 때도 없이 도발을 감행하고 있으니, 풍전등화의 국난극복이 절실해 보인다. 지성이면 감천이다.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삼는 역발상적 사고로 당면문제를 풀어 상호왕래가 성사되기 바란다.

 

 

 

 아, 그리운 백두산 금강산!, 지금쯤 천지 주위에 만병초가 만발하고 금강산 폭포수가 절정일 텐데, 내 간절한 소원이 꿈길에서라도 이루어지려나? 꿈은 이루어진다는데 말이다. 인도의 시성 타고르의 예언대로 일찍이 아시아의 등불로 솟아 오른 우리 민족의 웅비를 그 누가 막으랴. 부디 내 마지막 꿈을 깨우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 동안 녹화해 두었던 판문점의 역동적 장면이며, 남북정상들이 천지를 등지고 촬영한 장면을 되돌려 보아야겠다. 근심은 가슴을 태우고 희망은 마음을 살찌운다. 희망의 끈을 놓지 말아야겠다.

                                                                           (2020.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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