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를 키우면서

2020.06.17 13:52

최동민 조회 수:19

토끼를 키우면서

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최동민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시절 시골에서 농업고등학교를 다녔다. 당시는 농업고등학교가 인문학교보다 인기가 좋고 입학하기가 어려웠다. 축산을 전공하며 꿈을 키웠다. 그 시절의 생활은 지금처럼 윤택하지 못했다. 일자리가 없었다. 그래도 아버지가 공무원으로 계셔서 다른 사람들보다 여유롭게 고등학교를 다녔다. 이것은 부모님의 은혜 덕분이었다.

  학창시절 시골에서 자라면서 농사일을 안 해본 사람은 드물었다. 나도 농사일이 몸에 배었다. 집에서 농사를 짓지 않았어도 마당의 텃밭이 있어 항상 거름을 주며 채소를 가꾸었다. 그리고 산 너머 조그만 밭이 있어 쉴 새 없이 주말이면 일을 했다. 더욱이 나는 축산이 전문이었다. 그러나 내 전공을 살리지 못하고 교육대학에 입학했다. 나의 또 다른 전공이 되었다. 천진하고 순박한 어린이들을 가르치는 초등학교 교사가 되었다. 그 뒤 전공을 바꾸어 중등교사로 교직에 전념하다 정년퇴직을 했다. 이제 본래의 전공을 살리고 싶어 조그만 땅을 준비했다. 이렇게 하여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농사일을 시작했다. 그러나 내 전문분야를 살리지 못하고 겨우 밥상 위에 올라가는 신선한 채소만을 길러서 건강식품으로 제공하는 게 고작이다.

  그런데 나에게 새로운 계기가 생겼다. 이사를 해야 했다. 새로 이사가는 아파트 주변에 토끼풀이 많아서 잔디밭이 토끼풀로 덮이게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이 토끼풀로 토끼를 기르며 농사일을 하면 내 전공도 살리고 잔디도 살려 일석이조가 되어 좋을 것 같았다. 사료값이 들지 않고 주변도 정리하며 보람을 느낄 것 같았다. 이렇게 토끼를 기르게 되면 더욱 재미가 있으려니 싶었다. 토끼를 기르기로 하고 아내와 상의를 했다. 아내는 나와 뜻이 달랐다. 내가 설득력이 부족하여 잘 이해시키지 못한 면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현실적인 이유를 내세워 반대를 하니 답답했다. 나의 속마음을 알 리가없는 아내는 무조건 반대였다. 그것을 무시하고 이번에는 기어코 나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마침 예초기가 고장났다. 정읍에 사시는 형님이 이것을 잘 고치셨다. 그래서 형님에게 부탁하면서 토끼를 키우고 싶다고 했더니 토끼장을 예쁘게 만들어 가져오셨다. 너무 고마웠다. 그래서 삼례장에 가서 토끼새끼 세 마리를 샀다. 처음엔 암수 한 쌍을 사려 했으나 한 마리를 덤으로 싸게 주어서 암컷 한 마리를 더 샀다.

   농장 주변에는 토끼가 좋아하는 먹이들이 많았다. 우선 밭에 무성하게 자라는 민들레였다. 이것을 일부러 찾아서 베어다 주니 토끼들이 맛있게 먹었다. 먹는 모습이 신기하여 한참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리고 또 다른 것을 찾아보았다. 울타리 근처에 나무를 칭칭 감고 올라가는 칡넝쿨을 보았다. 이것을 베어다 주니 맛있게 잘 먹었다. 먹는 모습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었다. 순진한 아기들의 모습처럼 보이기도 하고 철없는 아이들의 모습을 닮기도 했다. 제 밥그릇에 오줌도 싸고 똥도 쌌다.

  이렇게 토끼를 기르면서 농사일이 더욱 신나게 되었다. 밭의 풀을 뽑는 일도 더욱 신이 났다. 귀찮았던 민들레를 아끼며 더욱 사랑하게 되고 이것을 소중하게 기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민들레 외에도 싱싱하게 잘 자라는 것을 토끼가 잘 먹나 하고 주어보니 안 먹는 것이 별로 없었다. 이제 풀매기가 힘들지 않았다. 토끼가 잘 먹는 풀이 무성하게 더욱 잘 자라기를 소망했다.

 

   오늘은 뜻밖의 일이 일어났다. 토끼 한 마리가 죽었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밭에 토끼를 묻으면서 원인을 생각해 보았다. 원인은 길가의 칡넝쿨로 생각되었다. 칡넝쿨 주변의 풀들을 보니 누렇게 색이 변했다. 아마도 제초제를 뿌린 것 같았다. 농약에 오염된 것을 먹인 것 같아서 먹이를 아무 데서나 구하지 않았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신선한 곳을 찾아 먹이를 구했다.

  성실하게 생활하며 부풀었던 꿈을 키우고 이것을 계기로 새로운 발전이 되기를 기대하며 더욱 주의를 기울이고 연구를 해서 토끼농장의 꿈을 키우다 보니 나는 요즘 큰 즐거움을 맛보고 있다.

                                                                       (202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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