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에도 자가격리가 있었다

2020.06.24 13:18

이종근 조회 수:6

'조선시대에도 자가격리가 있었다' 국립전주박물관 주제전 ‘선비, 역병을 막다'

기사 작성:  이종근
- 2020년 06월 22일 08시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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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천시 임고면 선원동에 살던 선비 정중기(1685~1757)는 역병의 창궐로 부친과 모친을 모두 잃고 만다. 전염병이 확산되자 새로운 땅으로 옮겨 병을 이겨내고자 하여 지금의 삼매리인 매곡지역으로 이주했다. 이 땅에서 ‘간소艮巢’라는 이름의 서재를 짓고 전염병을 피하며 틈틈이 공부에 몰두했다. '간소'는 소박한 초가집이란 뜻이다. 지금으로 따지면 자가격리를 하며 전염병을 피한 것이다. 결국, 43세에 과거에 장원급제한 정중기는 관직 생활을 시작했지만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정치계를 버리고 낙향을 하고 만다. 매곡으로 돌아와 후학을 양성하고 이상향을 만들어 새로운 세상의 싹을 키워나갔던 정중기식 거리두기는 깊은 울림을 남기게 한다.

국립전주박물관은 다음달 31일까지 주제전 ‘선비, 역병을 막다’를 갖는다. 국립전주박물관 상설전시실 2층 역사실에 마련된 이번 전시는 동의보감 등 12건 12점의 유물이 전시된다.

다산 정약(1762~1836)은 , 를 비롯, 방대한 저술을 남긴 조선 후기의 학자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한 집안의 가장으로 그가 겪어야 했던 슬픔은 우리로서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이다. 그가 저술한 홍역 치료법 책인 '마과회통'의 완성에는 절절한 사연이 담겨있다. 아내에게서 아들 여섯과 딸 셋을 두었던 정약용은 아들 넷과 딸 둘을 천연두나 홍역으로 잃었다. 특히 아꼈던 둘째 딸과 넷째 딸을 잃게 되면서 깊은 슬픔에 빠진 정약용은 죽은 자식들과 세상의 아이들을 위해 1797년 '마과회통'을 저술한다. 자신의 고난을 사회에 대한 헌신으로 환원시킨 정약용의 모습은 진정한 선비정신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여러 차례 역병이 창궐하여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가곤 했다. 전통의학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전염병에 대해 어떤 이들은 자포자기하거나, 무속의 힘을 빌려 회복을 시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좌절과 현실회피가 능사는 아닐 것이다. 선비의 정신은 이같은 극한 상황에서 큰 울림을 주곤 한다.

전시는 흥미로운 선비의 휴대용 의학서적과 의료기구도 전시된다. 뿐만 아니라 역병이 창궐하던 시기에 친구의 안부를 묻는 절절한 내용의 편지도 선보인다. 전염병에 걸려 아우가 세상을 떠난 친구가 연이어 부모님의 건강이 악화하자, 선비는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이럴 때일수록 마음을 강하게 먹고 몸이 약한 어른을 잘 모셔야 한다며, 자신의 건강도 그리 좋지는 못해 미안하다는 내용의 편지에는 시공간을 넘는 공감이 생긴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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