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03 12:57
중고(中古)
신아문예수필창작반 수요반 하광호
아침 일찍 흐린 날씨에도 집을 나섰다. 주말농장이 있는 고향 진안으로 달렸다. 간밤에 비가 많이 내려 걱정이다. 운전하는 내내 엔진소리가 크고 힘이 없었다. 잠시 주차하여 차량운행일지를 보니 엔진오일 교환시기가 지났음을 알 수 있었다. 자가용에서 내려 자동차병원 앞에 멈췄다. 정비부장이 내게 다가와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하고 공손히 물었다. 오일도 교체하고 점검도 하고자 한다고 했다. 삼십분은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치료를 받아야할 차량이 많이 대기하고 있었다.
대기실로 안내되어 그곳에서 기다렸다. 입구에 있는 차량을 보면서 나의 삶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중고 中古 된 몸을 알뜰하게 사용하며 건강하게 지낼까? 그 뒤 내부로 입고되어 오일과 공기필터 그리고 에어컨 필터도 교체했다. 하부도 점검하고 브레이크 패드가 삼분의 일정도 남았다며 기회가 될 때 교체하라고 했다. 자동차를 구입한 지 5년이 지났다. 새것일 때는 고장도 없고 조용한 엔진소리에 기분도 좋았다. 관리도 신경 쓴다. 깨끗하게 관리했다. 그런데 요즈음 고민이 생겼다. 차량의 한 부분이 고장 나면 고치고 다른 부분이 고장 나면 또 고치곤 했다.
요즈음 삶의 여건이 정말 불편하다. 코로나19라는 불청객 때문에 의무적으로 마스크를 하고 다녀야한다. 엊그제 고향선배님들과 함께 D병원에 병문안을 갔다. 병원입구에서 통제가 심했다. 발열체크는 기본이고 인적사항, 휴대폰번호, 방문사유를 기재하며 사유가 합당해야 들어갈 수 있다.
병문안을 마치고 선배님들과 오찬을 함께 했다. 대화 중에 ‘우리는 몸은 모두 중고다’라고 했더니 한바탕 웃었다. 나는 제2의 인생을 사는 초년생이다. 젊었을 때는 아프지 않고 건강이 뒤따르니 모든 것이 활기차고 도전적이며 무엇이든지 이겨낼 수 있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병원에 갈 부분이 많다. 수리하고 때우고 고치고 아픈 부분이 있으면 도려내기도 한다. 예방차원의 약도 복용한다. 오복五福이 갈수록 멀어져간다.
오늘 병문안을 하려고 병원 앞에서 서성이니 만감이 교차했다. 많은 환자들을 보면서 중고기 된 내 몸을 돌아보니 아껴 사용하고 기름칠도 잘하고 오일도 교체해야겠다고 다짐도 했다. 아는 지인의 형수님이 별세했다는 문자가 왔다. 향우회원 모친이 숙환으로 별세했다는 소식이다. 내내 허무함을 느꼈다. 연세가 있다지만 오랜 세월 사신 몸이라 잔고장이라도 자주나면 정비해야 하고 고장이 크면 폐차도 하니 필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웰빙(Wellbeing)시대에 오늘도 친환경 먹거리를 위해 주말농장으로 달렸다. 옥수수를 보니 수염이 많이 달렸다. 깻잎을 따고 고추도 주먹만한 호박도 몇 개 따왔다. 저녁식탁은 붙임전을 만들어 가족과 함께할 생각을 하니 마음이 넉넉했다. 삶의 질과 건강을 유지하기위해서는 친환경 먹거리는 물론 배우고 듣고 실천여부에 따라 행복이 가꾸어지리라 생각한다.
《2020.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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