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16 21:53
노인
전희진
창밖의 눈부심도 아랑곳없이
자나 깨나 소파에 온몸을 기울인다
끌려온 파란만장의 역사가 어찌 되었건
앉는 것이 힘이다
아무리 푹신한 소파에 몸을 뉘어보지만 세상에
푹신한 길은 없다
좌불안석이 오두방정을 떨며 콕콕
그의 앙상한 엉덩이를 수시로 쪼아댄다
나와서 햇볕을 좀 보세요
햇볕에 물든 싱싱한 나뭇가지와 열매들을 보세요
열매 맺어본 적 없는 그는 깜빡깜빡
이승의 정신줄을 놓지 않으려는 듯
잠시 팔과 허벅지를 뒤척이다 말 뿐
허공에 꾸벅꾸벅 머리를 조아리는 폼이
굴욕적인 신사참배를 하는 것인지
그를 낳아준 현해탄 푸른 깊이를 재고 있는지
서둘러 피난길을 가고 있는지
어느 길도 이승과 저승은 실내화 몇 발자국 차이
경계가 뚜렷해 보이지 않고
쏟아지는 햇살 사이로 가을이 뚝뚝 문드러진다
*****며칠 전 형부가 돌아가셨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이 시를 그 분에게 돌려드린다.
-시집 '우울과 달빛과 나란히 눕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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