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져 주심

2020.07.18 17:42

한성덕 조회 수:2

건져 주심

                                                   한성덕

 

 

 

  성경에서, ‘한 획을 그은 인물이 누구냐?’고 물으면 단연코 모세다. 그는 이집트에서 430년 종살이를 하던 이스라엘을 구해낸 인물이다. 모세를 이집트 식으로 부르면 ‘모우세스(Mouses)’다. (Mo)는 ‘물’이란 뜻이요, 우세스(Uses)는 ‘건짐을 받았다’는 뜻이다. 모세란 ‘건져냄’이라는 뜻을 가졌다.

 지금으로부터 3600여 년 전의 일이다. 이집트의 바로 왕은, 이스라엘의 번성을 몹시 두려워 했다. 산파에게, 여아는 놔두고 남아는 모두 강물에 던지라고 했다. 아므람과 요게벳이 낳은 아이가, 어쩌면 그렇게도 예쁘고 총기가 있어 보이는지 차마 버릴 수 없었다. 숨겨서 3개월을 키웠으나 힘들었다. 바구니에 역청을 단단히 칠하고 나일강에 띄웠다. 그때 마침, 시녀들과 함께 목욕하러 나온 공주가 바구니를 발견하고 아이를 거두었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모세’다.

 모세는 이스라엘을 종살이에서 건져내고, 노아는 가족들을 홍수에서 건져냈으며, 삼손은 자기민족을 블레셋으로부터 건져냈다. 수많은 왕들과 사사들과 선지자들, 그리고 시대마다 명장들이 나타나 나라를 건져내지 않던가? 일반역사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가히 폭발적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하고, 가장 위대하며, 가장 근본적인 건져냄(구원)은 예수그리스도에게 있다. 이 땅의 우리를 수많은 질병과 사건사고에서 건져주심은, 죄악에서 건져내 구원하겠다는 궁극적인 약속의 그림자요, 예수그리스도를 믿어야하는 이유다. 실은 사람에 의해서, 사람의 힘으로, 사람이 건져내는 것 같아도, 그리스도인들은 배후에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믿는다. 어떤 사건이 불거졌을 때, 하나님의 손길이냐, 우연의 일치냐 하는데서 생각이 갈라진다. 그 건져내심이 누군들 없을까마는,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 하는 차이일 뿐 죽지 않는다는 건 아니다.

  지난날을 돌이켜 보면 주님의 은혜가 아닌 게 없다. 살아온 것이 은혜요, 살아있는 것이 은혜이니, 살아갈 것 역시 은혜임을 믿는다. 나도 60여  년을 살아오면서 숱한 고비가 많았다. 질병에 노출된 적은 없었으나 극심한 가난에서 건져주셨다. 큰 교통사고에서 건져주신 것도 실제 이야기다.

  전주 고속터미널 앞에서 당한 사고였다. 서울에서 고속버스로 부친 물건을 매표소에 맡겨두었다는 연락이 왔다. 그 당시는 계단을 올라가야 매표소가 있었다. 시내에서 시외버스터미널 쪽으로 가면 좋은데, 그 아래 도로로 고속버스터미널에 가게 되었다. 터미널 앞에서 불과 50여 미터 네거리를 두고, 왼쪽으로 유턴하는 순간 대형차가 들이쳤다. 정신을 잃었다 깨어나 보니 시내버스였다. 나는 금지구역에서 유턴을 감행했으니 완전 불법이요, 버스기사는 네거리 신호등을 급히 통과하려고 순간적으로 과속했던 것 같다. 핸들을 양팔로 꽉 잡고 고개를 떨어뜨린 채, 나는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버스 승객들과 지나가던 사람들이 겁을 잔뜩 먹고 나를 지켜보았다. 부스스 일어나자 박수를 보냈으니, 죽지 않고 살았다는 신호탄이었으리라. 앞 유리가 와그르르 부서지면서 머리에 약간의 상처만 있을 뿐 전혀 다치지 않았다. 확인해보니 운전석 앞바퀴를 강타해 그 단단한 바퀴축이 덜렁덜렁했다. 글을 쓰려고 줄자로 재 보았다. 앞바퀴에서 70cm만 뒤로 왔어도 왼쪽다리가 절단 났을 것이고, 120cm 뒤로 왔으면 죽음을 초래할 수 있는 끔직한 사고였다. 지금은 카니발이지만 그때는 산타모였으니, 간격이 훨씬 더 좁지 않았겠는가? 불과 1미터 안에서 벌어진 생사의 기로를 멀쩡하게 벗어났다. 지금도 건강한 걸 보면 주님의 건져주심 때문이 아니겠는가?

 

  인생이 땅에서 영원히 살 존재는 아니지만, 그때그때 건져주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있다. 일반인들은 그것을 행운이나 우연으로 치부한다. 허나 우리를 위험한데서 건져주심으로, 궁극적인 구원을 이 땅에서 경험케 하시고, 깨닫게 하시는 하나님의 섭리로 본다. 오늘도 나는, 그 건져주심의 은혜에 감사하며 살고 있다.

                                             (2020. 7. 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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