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딱 시인

2020.08.07 14:13

전용창 조회 수:3

뚝딱 시인

꽃밭정이수필문학회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목요야간반 전 용 창

 

 

 ‘텔레파시’는 어머니와 동생과 나를 오고 갔다. 어제 아침에 내가 어머니 생각을 하고 「망각과 영감」이라는 글을 썼는데 동생도 간밤에 어머니를 만났다며 「고봉밥」 시 한 편을 지어 형제의 카톡방으로 보내왔다.

 

「고봉밥」

              전 용 직

 

‘아버지 돌아가신 길 찾아

어머니도 가셨다

 

성작산 밑 양지바른 언덕 위

퍼내어도 줄지 않는

고봉밥 두 그릇 차려져 있다

 

채소 팔던 봉동 장터목

발바닥 물꽃 피도록 오갔던 세월

재고 달아 시퍼렇게 물든 무게를 팔고는

구겨진 지폐 허리춤에 쌓던

사랑이 아직도 따뜻하다

 

하루 햇볕을 이고

식구들 기다리는 집 문턱 넘어서자

아랫목 담요 속 밥그릇

 

이제 꾹꾹 눌러

그득 담아 산기슭 고봉밥 된

어머니

 

, 나도 언젠가는

자식의 고봉밥 되어 따뜻이 배불리다가

어머니 아버지 따라

또 하나 푸짐한 고봉밥 될 수 있을까

 

 동생의 시를 읽고 부모님 생각에 가슴이 뭉클했다. 답례로 나도 시 한 편 지어 보냈다. 5분도 채 안 되었는데 뚝딱 시 한 편을 지었다며 막냇동생은 칭찬한다. “시인의 시를 습작했지. 내가 ‘시’에 대하여 뭘 알기나 해?

그래도 ‘뚝딱’이라는 말이 싫진 않았다.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럼, ‘뚝딱 시인’이 되어볼까?

 

「고봉밥 두 그릇」

                 전 용 창

 

어머니 강포에 싸여

생명이 탄생하였으니

뱃속에서는 탯줄로

자양분을 주셨고

 

세상에 나와서는

일 년 동안 젖꼭지를 물게 했고

우윳빛 젖을 주셨네.

 

소년이 되어서는

 

어서 청년이 되라며

고봉밥으로 주셨지.  

 

아버지는

다진 땅에 물이 괸다며

땅을 다지는 심정으로

밤낮없이 열심히 일하셨고

 

어머니는 새벽종 소리에

일어나셔서 자식이 잘되기를

빌으셨으니 그 은덕을

어찌 다 무엇으로 갚으랴

 

성작산줄기 아래

두 그릇의 고봉밥.

부모님의 모습이 아닌가

뵈올 때마다 배부름을

느끼는 게 어디 나뿐이랴

 

훗날 우리도 고봉밥이

되어 자자손손에게

풍요로움을 주지 않을까

 

부모님 산소 개천가

이팝나무 두 그루

어머니 아버지가

땀 흘려 지어주신

고봉밥 꽃이 되어

천년만년 피어다오

 

 

  동생의 시에는 아버지의 수고와 애씀이 많이 담겨져 있었고 나의 시(?)에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했다. 부족함이 없이 차고 넘치는 ‘고봉밥’ 사랑이 우리 부모님의 사랑이 아닐까. 나는 이따끔 한 번씩 생각해 본다. 시와 수필이 만나면 얼마나 좋을까. 시는 ‘메타포라는 속살’이 있고 수필은 ‘진실한 삶’이 녹아 있으니 이 둘이 만나면 사람 냄새나는 세상을 이루지 않을까? 그러다가 둘 사이가 좋으면 음악과 미술도 초대하여 한데 아우러져 봄의 교향악으로 거듭나면 화합의 한마당이 될 텐데. 예술의 장르가 만나면 수필은 윤활유가 되지 않을까. 오늘도 가랑비가 내린다. 수필로 만나 오누이가 된 작가가 멀리 양평에서 메시지를 보내왔다. 감사와 쾌유를 비는 안부의 메시지이지만 왠지 「소나기」의 주인공 소녀가 "이 바보."라며 조약돌을 던지는 것 같다. 여러 달이 지났어도 메시지만 주고받았을 뿐 전화 한 번 못했으니 말이다. ‘뚝딱 시인’이라며 왜 그렇게 동작이 뜨는지 모르겠다.

                                                                  (2020. 8.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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