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 만난 친구들

2020.08.11 13:50

소종숙 조회 수:2

5월에 만난 친구들

                                             소종숙

 

 

 

  사방이 연둣빛 정원이다. 그동안 코로나19로 눅눅해진 감정을 꼬들꼬들하게 일광욕을 시키려는 듯, 두 친구와 함께 버스에 몸을 실었다. 차창밖에는 산과 들이 잔잔한 미소를 보내며 연초록 잎들이 왈츠를 추고 있었다. 하루에 3번밖에 버스가 들어가지 않는다는 산속마을에 도착했다.

 

   사면이 숲과 나무들로 둘려있고 바람소리. 새소리. 계곡의 물소리가 정겹게 들린다. 마을이 온통 연둣빛이다. 깊고 깊은 산속이다.

‘깊은 산속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 맑고 맑은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 새벽에 토끼가 눈 비비고 일어나 세수하러 왔다가 물만 먹고 가지요’란 동요를 혼자서 가만히 불러보며 아이들과 같이 부르던 추억을 떠올려 보았다.

   

   참 고요한 마을이다. 우리 세 사람을 반겨주는 듯 맑은 햇살이 미소를 보낸다. 같이 간 친구가 아들네 펜션이 그 마을에 있다며 우리를 그곳으로 안내했다. 펜션이 아담했다. 도심에서의 잡다한 생각을 내려놓고 잠시 쉬었다.  펜션 뒤에 연푸른 신록이 덮인 산이 병풍처럼 두르고, 앞마당은 잔디가 깔려 있으며, 그 앞으로 계곡을 타고 흐르는 물소리가 은은하게 들렸다. 앞에는 시선을 보내기에 적당한 거리로 크고 작은 산봉우리들이 보였다. 사계절 숲과 나무들이 아름답게 장식해 줄 것 같았다. 펜션에서 친구가 마련해온 간단한 점심과 커피를 마시고 정원으로 나왔다.

 

  오랜만에 만난 우리를 오롯이 축복해주는 듯 씻기듯 푸른 하늘을 날고 있는 산새들이 머리 위에서 배회한다. 인적은 보이지 않고 우리들만의 세상 같았다. 한 친구는 아들네 펜션에 머물고, 둘이서 산속 물이 좋을 것 같아서 찜질방을 찾기로 했다. 계곡을 따라 산속 길을 걸었다. 아직 꽃 잔치가 막을 내리지 않은 듯 연푸른 신록사이로 울긋불긋 꽃대궐을 이루고, 아카시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향기를 내뿜었다.

 

  한참 후에 황토찜질방에 도착했다. 조용하고 사람이 많지 않아서 좋은 시간을 보냈다. 찜질방 창가에 닿을 듯 휘어진 연푸른 신록이 시야로 들어와 눈의 피로를 씻어주었다. 우리는 오랜만에 만났는데도 수다를 떨 겨를도 없이 연둣빛 자연에 도취됐다. 물이 비누처럼 매끄러웠다. 갑자기 나선 길이라 오래 머물 시간이 많지 않았다. 친구와 함께 부지런히 짐을 꾸려 가벼운 베낭을 등에 메고 찜질방을 나와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표지판을 보니 장파마을이었다. 아마도 모악산 자락인 듯싶었다. 처음 와 보는 곳이라서 생소하지만 가을이면 단풍이 얼마나 아름다울까 하는 상상에 잠겨보았다. 버스가 도착했다. 멀리 온 것 같은데 시내버스요금이었다. 도심에서 시내버스 한 번만 타면 이렇게 좋은 휴식처가 있음을 느끼며 다시 찾고 싶었다.

 

  이곳으로 안내해준 친구가 고마웠다. 오늘 하루지만 온갖 시름을 내려놓고 5월의 자연을 오롯이 만끽할수 있어서 기분이 상쾌했다. 우리 세 사람은 죽마고우는 아니지만 오래전부터 시청에서 같이 봉사도하고 젊은 날의 추억이 서려있는 사이다. ‘김소월의 시 한 구절을 읊어 보았다.

 

 ’임은 사랑에서 반갑고/ 벗은 설움에서 좋아라‘ 설움도 함께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이 있어서 행복하다.  이 세상에 없는 다른 계절이 나에게 찾아와도 그곳에서 다시 만날 영원한 우정이 되기를 바라며, 오늘 하루 함께했던 시간을 서로 감사해 하며 헤어졌다    

(2020. 5. 7.)

 

 

댓글 0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파일 첨부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크기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747 따가운 시선 한성덕 2020.08.11 3
1746 '코로나19'가 준 교훈 이진숙 2020.08.11 4
1745 평생 처음 본 물난리 오창록 2020.08.11 2
» 5월에 만난 친구들 소종숙 2020.08.11 2
1743 백승훈 백승훈 2020.08.11 6
1742 외모를 보고 사람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 송창길 2020.08.10 55
1741 역지사지 정근식 2020.08.10 2
1740 모전자전, 부부전, 그리고 자식전 김정길 2020.08.10 2
1739 윤 수필가, 도이장가를 음미하다 윤근택 2020.08.10 2
1738 순대국밥 주세요 공광일 2020.08.09 2
1737 도토리거위벌레의 사랑 신팔복 2020.08.09 5
1736 비오는 여느 여름날의 일기 김효순 2020.08.09 3
1735 노인들의 고독 김일성 2020.08.08 22
1734 상생을 깨달으며 하광호 2020.08.08 1
1733 백마야 울지 마라 전용창 2020.08.08 1
1732 신비의 여인, 쓰마라구 윤근택 2020.08.08 4
1731 그대 오시라고 윤근택 2020.08.07 1
1730 수필로 쓰는 수필론 윤근택 2020.08.07 9
1729 뚝딱 시인 전용창 2020.08.07 3
1728 무한화서 윤근택 2020.08.07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