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준 교훈

2020.08.11 15:01

이진숙 조회 수:4

‘코로나 19’가 준 교훈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이진숙

 

 

 

 

  며칠 전 우체국에 다녀왔다. 오랜만에 들른 우체국에서는 얼굴을 아는 직원이 깜짝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외국에 나가 사는 아들딸에게 간단한 물품과 엄마가 열심히 써서 책으로 묶은 수필집을 보냈다.

 아들은 십년 넘게 스코틀랜드 에딘버러에 사니 우체국을 통해 적어도 일 년에 서너 차례는 여러 가지 물품을 보냈었다. 그러다가 영주권이 나오고 직장을 얻은 뒤로는 조금 뜸했다. 핀란드 에스뽀에 살고 있는 딸에게는 처음 보내는 물건들이다. 딸내미는 그곳에도 다 있으니 힘들게 보내지 말라고 한다. 그래도 이번에 수필집과 함께 아이들에게 줄 과자 몇 개와 미역을 챙겼다. 특히 미역은 그곳에서는 아주 귀한 식품으로 특별한 사람들만 먹는 것이란다. 그래서 구하기도 어렵고 막상 구했어도 값이 워낙 비싸니 엄두도 못 낸단다.

 먼저 아들에게 보낼 것들을 우체국 상자에 넣고 주소를 써서 건네고, 딸에게 보낼 물건을 막 포장하려는데 직원이 잠시 기다리라고 했다내심 불안했다상자 안에 들어 있는 것이 무엇인지 묻더니 핀란드는 *EMS를 보낼 수 없단다. 그러면서 배로는 보낼 수 있다며, 두 달이 걸릴지, 석달이 걸릴지 아니면 넉달이 걸릴지도 모른단다. 직원이 다시 여기저기 연락하여 알아보더니, premium EMS는 가능한데 식품은 절대 안 되고 책만 보낼 수 있다고 했다. 결국 포기하고 나왔다. 서글펐다.

 몇 년 전 사위와 아이들이 먼저 핀란드로 갈 때 서운하여 눈물 짖는 나에게 ‘엄마, 언제든 마음 만 먹으면 갈 수 있으니 그만 울어!’ 하며 딸내미는 나를 달랬었다.

 그런데 이제는 가고 싶다고, 보고 싶다고, 아무 때나, 아무 곳이든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국경을 단단히 걸어 잠그고 나라 안에서도 통행에 제한을 두었다. 물론 항공기도 뜨지 않았다연초에 나도 핀란드에 가려고 비행기 표를 예매했다가 취소했었다.

 그러니 외국에 가족이 있는 사람들은 급한 마음에 마스크라도 챙겨 보내 주고 싶어도 보내지 못했다이제는 가고 싶다고 어느 때나 갈 수 있는 시대는 다시 오지 않을 것 같다‘코로나 19’ 탓이지만 어쩌다 이렇게까지 되었는지….

 ‘코로나 19’의 유행을 많은 사람들은 무차별한 개발에 그 원인을 두고 있다그리고 삼림 훼손 등 환경 파괴나 세계화 흐름을 적절하게 막지 않으면, 언제든 또 다른 *펜데믹 사태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어찌 어찌하여 ‘코로나 19’를 막았다손 치더라도, 이러한 일이 벌어진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한다면 언제 또 역습을 당할지 모르는 불확실한 세상이 된 것 같다단지 외국에 사는 아이들에게 가지 못한다거나 보내고 싶은 물건을 보내지 못해서 서운한 마음을 갖는 것은 차라리 애교로 넘길 수 있다전에는 인간의 손이 닿지 않던 지역까지 벌채가 이뤄지면서 질병을 옮기는 야생동물과의 접촉도 늘었다고 한다. 이 모든 것들이 세계화의 바람을 타고 전염병을 전 세계로 확산 시키고 있다.

  오늘도 우체국에 다녀왔다미국 지사로 발령이 나서 근무하고 있는 조카에게 작은 꾸러미를 보내기 위해서. EMS상자를 찾는 나에게 직원이 어느 나라로 갈 것이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인터넷으로 확인을 해 왔느냐는 등 여러 가지 질문을 했다. 미국도 하와이에는 보낼 수 없단다. 다행히 미국 본토라는 말에 상자 안에 들어 간 물품들을 확인했다. 요즈음에는 비 대면으로 물품이 전달되기에 전화번호는 꼭 적어야 된다며 여러 차례 강조했다. 마음이 무거웠다.

지 구촌 시대가 열렸다며 세계여행자유화 바람이 일고, 일부 대학생들 간에는 학교 다니는 사이 1년 정도 휴학을 하고 어학연수를 가거나, 배낭여행을 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었다.

 모임에서도 해외여행은 옛날 서울에 다녀오는 것 보다 더 쉬웠다. 일 년에 한  차례는 외국여행을 다녀와야 되는 양, 휴가철만 되면 공항이 붐비고 연휴가 조금만 길어도 외국으로 여행을 가야 되는 듯이 뻔질나게 드나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것들도 옛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나처럼 자식들이 모두 외국에 나가 살고 있는 사람은 보고 싶고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이산가족 신세가 되었다.

  이제는 겸손을 배워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자연은 정복하거나 지배해야 되는 대상이 아닌 것이다. 인간은 자연에 순응하며 자연의 일부로 살아야 하는 지혜를 배워야겠다이제라도 무분별한 개발을 멈추고 예전처럼 조금은 불편하지만 소박하게 살아야 할 것이다‘코로나 19’가 우리에게 준 커다란 교훈이려니 싶다.

                                                             (2020.  8. 10.)

 

 

*EMS : 우체국 국제 특송

*펜데믹(pandemic) : 세계적으로 전염병이 대 유행하는 상태

댓글 0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파일 첨부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크기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747 따가운 시선 한성덕 2020.08.11 3
» '코로나19'가 준 교훈 이진숙 2020.08.11 4
1745 평생 처음 본 물난리 오창록 2020.08.11 2
1744 5월에 만난 친구들 소종숙 2020.08.11 2
1743 백승훈 백승훈 2020.08.11 6
1742 외모를 보고 사람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 송창길 2020.08.10 55
1741 역지사지 정근식 2020.08.10 2
1740 모전자전, 부부전, 그리고 자식전 김정길 2020.08.10 2
1739 윤 수필가, 도이장가를 음미하다 윤근택 2020.08.10 2
1738 순대국밥 주세요 공광일 2020.08.09 2
1737 도토리거위벌레의 사랑 신팔복 2020.08.09 5
1736 비오는 여느 여름날의 일기 김효순 2020.08.09 3
1735 노인들의 고독 김일성 2020.08.08 22
1734 상생을 깨달으며 하광호 2020.08.08 1
1733 백마야 울지 마라 전용창 2020.08.08 1
1732 신비의 여인, 쓰마라구 윤근택 2020.08.08 4
1731 그대 오시라고 윤근택 2020.08.07 1
1730 수필로 쓰는 수필론 윤근택 2020.08.07 9
1729 뚝딱 시인 전용창 2020.08.07 3
1728 무한화서 윤근택 2020.08.07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