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령이 가난한 자

2020.09.28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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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령이 가난한 자

꽃밭정이수필문학회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목요야간반 전 용 창







오늘은 9월의 마지막 주일이다. 어느새 3/4분기도 다 갔다.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코로나 정국’에 애간장이 탄다. 오늘도 가정예배로 드렸다. 내가 예배를 인도하고 아내와 두 아들이 성도다. 매주 예배를 준비하면서 가족에게 보이는 나의 몸과 마음을 청결하고 노력했다. 오늘의 말씀은 마태복음 5장이었다. 예수님께서 산에 올라 앉으시니 제자들이 나왔다. 예수님은 그들에게 복이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 말씀하셨다.



복 있는 사람은 ‘삼령이 가난한 자요’, ‘애통하는 자요’, ‘온유한 자요',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요', ’긍휼히 여기는 자요', ’마음이 청결한 자요', ’화평하게 하는 자요', ’의를 위하여 박해를 받은 자‘라고 하셨다. 그 가운데 ‘심령이 가난한 자’와 ‘의를 위하여 박해를 받은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이라고 하셨다. 비록 내가 살아온 삶이 죄와 허물로 가득함에도 설교 준비를 하면서 복 있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 한 주일이었다. 그런 나의 모습을 본 가족은 말씀에 귀를 기울였고 ’아 ~ 멘‘으로 화답했다. 나도 건강이 약해지니 매사에 자신감과 의욕이 떨어지고 심령이 가난해지고 있었다.



“진정 누가 가장 ‘심령이 가난한 자’일까?” 투병중인 ‘K’ 친구가 떠올랐다. ‘K’ 는 고등학교 동창으로 내가 중매를 한 친구다. 그는 2년째 병상에 누워있다. 친구 아내에게 전화하여 근황을 물었다. 이번에도 동탄병원에서 큰 수술을 하고 그곳 아들집에 있다가 보름 전에 집으로 왔다고 한다. 또 수술을 했단 말인가? 조금 뒤에 집에서 출발한다고 했다. 친구의 집과 우리 집은 그리 멀지 않아 아들이 밖에까지 마중을 나왔다. 집에 들어서니 “희정이 아빠 오셨어요!”라며 어서 올라오시라고 반겼다. 응접실에는 손자와 며느리도 와 있었다. 안방으로 갔다. 친구는 침대에 누워서 보름달처럼 환한 모습으로 손을 내밀었다. 반갑게 악수를 했다. 친구의 따뜻한 체온이 내 손을 통하여 심장까지 전해졌다.


“용창이 왔구나. 반갑다!”

“우리 정기도 왔구나!”



친구는 몸을 세우려고 했다. 그러나 힘에 부쳤다. 몸이 제대로 안 따랐다. 친구아내는 침대를 조금 세웠다. 금년에는 친구를 처음 만났다. 그동안 지내온 이야기를 나눴다. 손자는 할아버지가 걱정이 되는지 응접실에 있는 엄마와 할아버지 곁을 뛰어다녔다. 오랜 투병 중에 몸은 무척이나 쇠하였으나 얼굴은 동안으로 변해있었다. 다리를 주물러 주었다. 발끝 부딪치기를 하면 근력도 생기고 혈액순환도 잘 된다며 양발 사이에 수건을 넣고 시범을 보여 주었다.



“부부가 서로 소중함을 느끼며 ‘생명줄’을 꼭 붙잡고 있으면 빠르게 회복이 된다고 해요. 무슨 뜻인지 아시지요?”

친구 아내는 친구들의 소식을 물어 보았다. 나는 친구들의 사는 이야기를 하며 모두가 한 가지씩 근심과 걱징이 있나 보다고 했다. 나도 지난 2월부터 호흡기 질환으로 고생하고 있다고 했다. 모두가 ‘코로나19’로 집에 갇힌 채 살고 있으니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닌가 봐요. 찻상을 내왔다. 그런데 생과자와 떡이 있었다.



“오늘이 언상씨 칠순이에요. 집에서 조촐하게 생일잔치를 했어요.”

“이곳에 사는 친구들만이라도 초대를 하려고 했었는데 ‘코로나19’로 초대하지 못하고 가족만 간소하게 했어요.”

“참 잘했어요. 정말 축하해요. 내가 오늘 잘 왔네요.”

“친척들도 왔다가 조금 전 다 갔어요.”

“용창아, 내 칠순 생일에 와주어서 고맙다.”

비록 몸은 침상에 누워있어도 친구는 고맙다는 말로 지난날 나와의 추억을 되새기고 있는 듯 보였다.

“언상아, 식사를 잘해야 빨리 낫는다.”

“그리고 이번에 회복하면 아내랑 손자랑 손잡고 꼭 성당이나 교회에 나가렴.”

가져온 수필집을 친구에게 건네주었다.

“언상아, 이 책 속에 내 글도 한 편 있다. 읽어봐라.”

“고맙다.”

친구의 쾌유와 가족을 위하여 기도를 드렸다. 친구의 모습은 무척이나 심령이 가난한 자로 보였다. 그는 병환 중에 천국의 소망을 가지고 있을까?



나는 오늘 친구의 생일을 모르고 방문했다. 이 일이 내 의지일까? 주님께서는 한 주일 동안 경건한 생활을 한 나를 ‘심령이 가난한 자’로 덧 입혀주셨을까? 친구와 악수를 하고 나오는데 온 가족이 배웅해 주었다. 정기는 ‘충성’하고 인사를 한다. 밖에 나오니 가슴속에서는 기쁨이 차오르고 있었고, 아파트 화단에서는 코스모스꽃이 하늘거리며 잘 가라고 인사를 하고 있었다.


(2020. 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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