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님이 뒤통수를 치며 환하게 웃는다 / 김원각
처마가 뒤집히고
나무가 뿌리째 뽑히고
하천이 범람한 곳에는 쓰레기가 산처럼 쌓이고
허리케인 레인(Lane)이
우리 동네 오하우 * (Oahu)로 떼 지어 몰려오더니
옆집 텃밭을 도랑으로 만들고
김 씨네 화단 화초는
모두 모가지를 분질러 놓았다
그래도 다는 아닌지
어린 새싹들은 손대지 않고
해 뜨자 슬그머니 물러간다
그게 인정이라면 인정이고 의리라면 의리랄까
일용직 박 씨는 오늘도 일자리를 찾아 나선다
허물고, 짓고,
넘어지고, 일어서고, 망하고, 흥하고,
허리케인 지나간 후 다시 복구가 시작되듯이
사람 산다는 게 다 그런 것이라며
해님이 뒤통수를 치며 환하게 웃는다
* 오하우(Oahu) : 하와이 주(州) 청사와 호놀루루 시(市)가 있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