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비어천가를 전주의 문화유산으로

2020.10.22 14:09

김학 조회 수:4

龍飛御天歌를 전주의 문화유산으로
  • 전민일보
  • 김 학



잠자던 도시 전주가 크게 꿈틀거리고 있다. 세계지도를 바꾼다는 새만금사업, 용담댐 담수, 전주와 지구촌을 연결할 신공항 건설 등 희망의 도시 전주가 용트림하고 있다.

일찍이 육관도사 손석우 씨는 '터'라는 책에서 전주의 밝은 미래상을 제시한 바 있었다.

평양의 지력이 쇠퇴하면서 전주의 발흥기가 온다는 이야기였다. 서해가 육지로 바뀌어 중국과 연결되고, 그로 인해 전주가 중추적인 국제도시로 발돋움하게 된다고 했다. 전주 시민에겐 낭보가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전주는 멋과 맛의 고장이니 예술의 고장이니 하는 사탕발림에 위안을 받으며 버텨왔다. 그러나 내면을 들여다보면 그것도 다 지난날의 영화였을 뿐 지금도 내세울만한 자랑거리는 아니다. 경제적인 뒷받침이 없고서는 그러한 전통을 지탱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고도 전주는 변해야 한다. 신라 천 년 수도 경주처럼 관광자원이 풍부한 것도 아니고, 부여나 공주처럼 백제의 유산을 물려받을 수도 없으며, 남원처럼 자자손손 우려먹을 춘향전 같은 고전소설 한 권도 없다.

전주는 고작 37년 동안 견훤의 후백제 수도로서 위상을 내세울 수 있을 뿐이다. 후백제 정도 1100주년 행사가 있었지만, 내세울만한 유물유적 하나 없고, 사서(史書)에 몇 줄의 기록으로 남아 있으니 아쉬울 따름이다. 그렇다면 전주는 무엇을 내세울 수 있을까?

"불휘 기픈 남간 바라매 아니 뮐쌔 곶 됴코 여름 하나니"

누구나 고등학교 때 배운 용비어천가의 한 대목이다. 이 용비어천가를 전주의 문화유산으로 만들면 어떨까?

용비어천가는 한글로 지어진 최초의 노래로서 세종 27년에 정인지 안지 권제가 지은 조선왕조창업을 기리는 대서사시다.

훈민정음을 창제한 성군 세종대왕이 그의 조상인 穆祖.翼祖.度祖.桓祖.太祖.太宗을 해동육룡이라 일컫고 중국의 옛 성군과 견주어 가며 조선왕조창업의 정당성을 기술한 것이다.

이 용비어천가는 장엄하고 웅대한 규모와 최초의 한글 서사시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을 뿐 아니라 15세기 우리말을 연구하는데 귀중한 자료이기도 하다. 전 10권 5책 125장으로 된 이 용비어천가는 조선 개국을 찬양한 송축가로서 한글로 가사를 적고 그 뒤에 한자로 번역시를 적었다는 점이 특이하다.

조선왕조 창업과 수성을 노래한 이 용비어천가는 전주와 뗄 수 없는 인연을 안고 있다. 조선의 태조 이성계는 전주이씨이고, 전주이씨의 시조 이한(李翰)이 전주에 터를 잡은 까닭이다. 전주가 조선왕조의 탯자리임은 자타가 공인하지 않던가?

복원한 경기전이나 조경단 또는 오목대 같은 곳에 웅장한 '용비어천가 상징물'을 세워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후손들에게 물려주면 어떨까?

궁중음악의 가사로 사용했다는 이 용비어천가를 판소리와 창극 또는 창무극, 오페라, 연극 등으로 만들어 문화상품으로 활용하면 어떨까? 그렇게 된다면 세월과 더불어 용비어천가는 전주의 값진 문화유산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 이성계 장군이 백일 기도를 드렸다는 임실 성수산, 금척(金尺)을 받았다는 천명수수(天命授受)의 진안 마이산, 왜구를 토벌한 남원 황산대첩지 그리고 조경단, 경기전 오목대, 남고산성 등을 연결한 '조선왕조 관광 루트'를 개발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전국 방방곡곡에 흩어져 사는 전주이씨 후손들이 즐겨 성지 순례차 전주를 찾게 될 것이고, 장차는 국내외 관광객들의 발걸음도 더욱 잦아지려니 싶다.

그렇게 된다면 전주한옥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이 더 불어니지 않겠는가?

김학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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