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28 00:20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곽 창 선
요즘 수필을 쓸 때마다 적잖은 고민에 허덕이고 있다. 내면의 밑바닥에 낙수진 사연들을 모아 이것저것 챙기다 보면 복잡하게 얽혀 전개과정이 부자연스럽기 때문이다. 노력을 해 보지만 기본기가 충실하지 못한 탓인지 그 늪에서 쉽게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얼마 전부터 포천 소재 어느 계간지에 몇 편의 글을 게재하고 있다. 인연을 맺어 온 편집장께서 메일을 보내주셨다. 몇 구절을 첨삭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었다. 그 동안 과제로 올려 발표도 하며 몇 번이고 손보았던 글들이지만 다시 돌아보니 주제에 맞지 않고 횡설수설 늘어놓기에 급급했다. 주제에 충실하게 감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써 나가지 못하고 좌충우돌하며 서둘러 끝을 맺는 습관 때문이었다.
이제 갓 2년을 넘기며 섣부른 자만이 불러 온 해프닝이려니 싶다.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사연들 속에서 글의 목적을 정하고 독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쓰는 습관을 기르라고 배웠지만, 제 멋에 길들여진 습관 때문에 기본을 벗어나 기교를 부리려는 경향이 많았고, 독창성과 진실성이 결여된 부분도 많았다. 바늘 허리 매어 쓸 수는 없듯이 ‘문장마다 과정과 절차를’ 챙기며 문장을 간결하게 매듭지어야 하는데 필요 없이 많은 부분을 끼고 돌았다. 잘못된 습관을 고치려고 좋은 작품을 참고삼아 흉내도 내보지만 쉽지 않다. 오히려 글을 망치고 마는 경우가 수두룩했다. 쓰고 지우노라 날밤을 샐 때도 있었다. 번민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아내가 안쓰러워 하지만 내가 선택한 길이기에 후회는 없다. 어찌 보면 노년에 얻은 도전의 기회를 놓칠 수 없기 때문이다.
함께 수학하는 문우들의 글을 접해 보면 문장이 간단명료하고 깔끔해서 좋다. 문장마다 군더더기 없이 써 내려간 솜씨가 부러웠다. 문우들 글에 비하면 내 글은 어딘지 모르게 딱딱하고 부자연스럽다. 다듬어 놓고 보면 오히려 더 옹색해 보인다. 잘 못된 습관(흉) 때문이다. 답답한 마음에 선배 지인에게 전후 사정을 이야기하고 몇 편의 글을 보내며 서평을 부탁드렸다. 잘 못 든 습관을 바꾸고 싶은 마음에서다. 매너리즘에 젖어 지금 같아선 갈수록 잡문에 불과한 글을 쓸 것 같은 초조함으로 수필 대하기가 두려워진다.
내게 다가온 시련에서 벗어나고자 새롭게 마음을 다잡아 본다. 많이 읽고 생각하며 바른 수필 쓰기 수련을 해야 할 것 같다. 지각없이 써 내려온 글들을 되돌아 보며 기본에 충실해야겠다. 이 방법이 매너리즘에서 탈피할 지름길이리라. 흔히 수필을 독백문학이라 한다. 마음을 비우고 주위의 소제들을 보고 느낀 그대로 써 보라는 주위의 격려를 받으며 새로운 각오를 다져 본다. 혼자만의 넋두리가 아니고 독자 마음에 가치와 의미가 전달될 수 있는 수필을 써 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2020. 10.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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