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캐이불

2020.10.29 14:34

김세명 조회 수:5

소캐이불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김세명

 

   내 고향에서는 솜을 '소캐'라 부른다. 아버지는 누이 결혼 때쯤 목화를 재배하셨다. 목화꽃이 피고 다래가 열리며 하얀 목화솜이 피어나면 목화밭은 장관이었다. 수확하여 햇빛에 말려 솜틀집에서 씨를 앗은 솜으로 어머니는 소캐로 이불을 만들고, 외할머니는 베틀에 앉아 밤낮없이 목화솜으로 베를 짜셨다. 덜컹거리며 베를 짜시는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아마 옛 선조들은 목화로 소캐 이불을 만들고 베를 짜 옷을 만들어 입었을 것이다. 그 세대만 해도 빨래를 하고 옷에 풀을 먹여 다듬이에 방망이로 두드려 다려 입었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겨울옷은 소캐를 넣은 누비 옷으로 추위를 견뎠다. 지금 생각하면 까마득히 오랜 이야기지만 선조들의 삶이었다.  

 

   목화는 고려때 문익점(文益漸)이 중국에서 목화씨를 붓두껍에 숨겨왔다고 한다. 왕이 그에게 벼슬을 주었다는 기록으로 보아 그 때부터 목화재배를 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지금은 의류산업의 발달로 좋은 소재로 만든 메이커를 찾고 있으니 격세지감이 든다.

  내 침대에는 깔끔한 이불 한 채가 놓여 있다. 겉만 깔끔하지 소캐이불이다. 아내가 50년 전 시집올 때의 혼수니 정이 든 이불이다. 장모님도 딸 시집보내려고 목화를 구하여 말리고 다듬고 손질하여 묵직한 원앙금침을 만들어 혼수로 주셨을 것이다. 다른 혼수는 세월 따라 사라졌지만 소캐이불만큼은 오십여 년을 넘어 내 생애가 끝날 때까지 함께할 것이다. 하찮지만 그 속에서 오랜 세월 편히 쉬며 청춘이 지나갔고 살구꽃 향기가 나는 추억이 있는 원앙금침이다. 아이들 낳아 키웠으니 정이 든 이불이다. 해마다 솜을 타고 홑청을 갈아 지금까지 함께 했다. 세월 이기는 장사 없다던가? 요즘은 내 방으로 소캐이불을 들고 와서 아내처럼 안고 잔다. 자면서 뒤척이다 다리를 올려도 군말 없이 받아주어 좋고, 찬바람이 불면 아늑하고 무게감과 추억이 있어 편하다.

 

   이불은 솜이불처럼 좋은 게 없다. 피난시도 이불짐은 가지고 다녔으니 밤에 체온을 유지하며 살기위해서는 이불이 꼭 필요했다. 난방이 없는 곳에서도 침낭처럼 체온을 보호해 준다. 내 고향은 경상도와 충청도에 인접해 있어서 충청도와 경상도 방언이 섞여있다. 소캐는 경상도 지역 방언이지만 그렇게 부른 연유를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나의 소캐사랑은 유별나다. 하지만 이런 물건 하나쯤 가지고 사는 건 좋지 않을까?

                                   (2020.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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