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귀족의 책무가 필요한 사회

2020.10.30 18:14

이인철 조회 수:10

4. 진정한 귀족의 책무가 필요한 사회

    이인철

 

 

 

 프랑스 노르망디 해안을 따라 올라가면 인구 12만 명인 작은 항구도시 깔레시가 나온다. 깔레시청에는 6명이 목에 밧줄을 감고 고통스런 표정으로 걸어가고 있는 로뎅의 '깔레시민'이라는 조각이 전시돼있다. 영국과의 백년전쟁에서 결국 항복한 깔레시민들에게 책임자 6명의 처형을 요구하자 부자상인들이 앞다투어 처형을 자원한 깔레시민들이다.

 바로 귀족의 책무인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탄생시킨 깔레시민의 명예이며 프랑스의 긍지이기도 하다. 남을 위해 희생할 때는 앞장서다 열매를 나눌 때는 가장 뒤에 서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그런데 왜 우리나라는 대기업을 비롯해 사회 고위층인사들이 귀족의 책무인 윤리적 의무를 외면하는 걸까? 가진 자들의 행태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나 만이, 내 자식만이 최고의 부와 명예를 누리길 바라는 사회적 행태와 권리만을 주장하고 의무를 외면하는 사회적 풍토, 세계에서 유별나게 강한 지연, 햑연, 혈연들이 뒤엉켜있다. 그러다 보니 갈수록 빈부격차는 커지면서 현재 우리나라의 상위 20%의 소득이 하위 20%의 소득과 무려 9배 이상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니, 가난은 어쩔 수 없이 대물림까지 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작품상 등 4관왕을 거머쥐면서 전 세계에 흥행돌풍을 예고한 것도 빈부격차를 신랄하게 풍자한 것에 전 세계인들이 공감헸기 때문이 아닐까? 그만큼 빈부격차는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세계인들이 풀어나가야할 과제인 셈이다.

 유한양행의 설립자 유일한 박사. 이윤추구는 기업성장을 위한 필수선행조건이지만 결코 기업가 개인의 부귀영화를 위한 수단이 될 수 없다며 우리나라 최초로 전면경영인을 도입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 최초로 종업원 지주제를 도입해 주식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자신의 주식 52%를 사원들에게 양도했다. 특히 정경유착을 철저히 거부해온 유일한 박사는 그 덕분에 수개월간 세무조사를 받았으나 아무리 털어도 먼지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세무조사원들도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더구나 유한양행에는 창업주의 일가친척은 단 한 명도 없는데다 그들의 연락처조차 모른다. 유일한 박사 본인이 임종 직전에 회사에 남아있던 일가친척을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해고했기 때문이다.

 가족경영을 철저히 거부해온 대표적인 기업인. 요즘 대물림을 하는 대기업들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한 때 지구상에 사스나 코로나처럼 소아마비 공포가 전세계를 휩쓸 때가 있었다. 1950년대 중반 당시 미국에서만도 해마다 5만8천여 명의 소아마비 환자가 발생했고, 우리나라도 당시 2천여 명의 환자가 발생했었다. 그러나 조나스 쇼크 박사의 백신개발로 2000년 10월 지구상에 소아마비 종식을 공식 선언했다. 그런데도 그는 "태양에 특허를 신청할 수 없다"며 특허를 포기하고 백신 한 개의 값이 단돈 백원정도로 전 세계인을 소아마비로부터 자유롭게 했다. 그는 "나는 아름다운 꿈도 꾸었고 악몽도 꾸었으나 아름다운 꿈 덕분에 악몽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했다.

 코로나 때문에 전세계인이 공포에 시달리고 있는 요즘, 선진국들은 서로 백신확보에 열을 올리며 입도선매까지 기승을 부리면서 아직 개발도 안된 백신가격이 6-7만원 선을 넘어갈수록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태양에 특허를 신청할수 없다는 조나스 쇼크 박사의 말을 되새겨볼 때가 아닐까? 절망에 처한 어려운 이웃들이 희망을 잃지않도록 말없이 돕는 당신의 모습이 바로 하나님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2020.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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