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과보호에 빠져드는 한국인들

2020.11.12 23:10

이인철 조회 수:3

1. 건강 과보호에 빠져드는 한국인들

    이인철

 

 

 

 24시간 내내 쉴틈없이 고객들이 찾는 편의점. 그러나 고객들이 떠나고 난 후 편의점의 진열대를 바라보노라면 한숨이 절로 난다. 반듯하게 진열돼 있는 물건들이 마구 넘어져 있고, 심할 경우에는 아예 다른 물건과 섞여 있기도 한다. 고객이 한꺼번에 십여 명만 몰려와도 태풍이 휩쓸고 간 후 그 잔해를 연상케할 정도다. 이런 현상은 우유를 비롯해 햄버거, 샌드위치, 삼각김밥 등 먹거리가 가장 심한 편이다.

 원인은 상품을 진열할 때 맨 앞쪽부터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것부터 차례로 진열하지만 이를 알고있는 고객들은 반대로 유통기한이 가장 많이 남은 뒤쪽 물건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상품 한 개를 고르면서도 앞에 진열돼 있는 상품을 모두 밀쳐내는 바람에 진열대는 엉망일 수밖에 없다. 냉장고에 진열돼 있는 음료수도 예외는 아니다. 애써 뒤에 있는 물건을 빼가다 보니 어떨 때는 진열된 상품이 무더기로 넘어져 있거나 맨 앞에 있는 상품은 아예 다른 상품칸에 버젓이 자리잡고 있다. 이 때문에 종종 고객들이 찾는 물건이 없다고 항의하는 경우도 심심찮다. 이러다 보니 점원의 하루 일과는 고객이 들어올 때마다 틈틈이 상품을 다시 진열하는 데만도 하루 일과가 빠듯하다.

 이런 현상은 나이 들면서 건강에 부쩍 신경쓰는 어르신들의 경우가 심하지만 요즘에는 젊은층에서도 더 극성을 부린다. 특히 미용에 관심이 큰 여성층에서 심한 편이다.

 왜 고객들은 갓 출시된 상품만을 선호할까? 대부분 소비자들은 유통기한에 가까워질수록 상품의 신선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잘못알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기한이란 제품의 제조일로부터 소비자에게 판매가 허용되는 기간으로 이 기간동안 제품의 품질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소비자단체는 말한다.

 더구나 유통기한이 지난 상품을 폐기시점으로 봐야할 것인가? 전문가들은 유통기한의 0.5배 이상 동안은 안전상의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유통기한이 11일인 우유만 보더라고  50일 동안은 식용에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이를 소비기간이라 부른다. 그래서 선진국들은 이미 무턱대고 낭비되는 식품폐기량을 줄이기 위해 유통기한이 아닌 소비기한을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잘못 알려진 먹거리상식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유통기한 경과로 한 해 폐기되는 가공식품비용만도 1조3천 억원. 음식물 쓰레기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무려 한 해에 25조 원에 이른다니 상상을 초월한다. 이같은 부담은 고스란히 농민몫으로 되돌아가고 원자재 상승요인으로 작용해 결국 소비자 자신들이 피해를 보는 셈이다. 어디 그뿐인가? 건강에 좋다는 말만 들어도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마구 먹어대는 한국인의 식성이 이젠 세계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코로나 이전 해외여행이 자유스러울 당시 태국에서는 맹독성 뱀인 코브라 사육농장이 한국 관광객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오죽하면 코브라를 시식하려고 한국관광객들이 단체로 진을 치고 있다는 말까지 나왔을까? 중국에서도 혐오식품 가게마다 한국 관광객들이 큰 손이다. 이쯤되면 한국인의 극성스런 건강식품 선호현상이 세계에서 으뜸이 아닐까 싶다.

 한국에서도 휴가철이면 관광지마다 야생동물이 수난당하는 사례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오죽하면 선진국 야생동물협회에서 한국인들에게 개고기 등 야생동물의 식용을 금지해 달라는 요구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을까?

 식품폐기 문제가 심각한 국제적 관심사로 떠오르자 뉴욕 유엔본부 국제회의에서도 2030년까지 전세계 1인당 식품폐기물을 50%이상 감소시키기로 운동을 펴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유통기한을 늘려 소비기간으로 선택해야하는 법개정은 아직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동시에 남은 음식물을 소비하기 위한 푸드뱅크 등 다양한 활용방안도 별 진전이 없다.

 여기에 하루가 다르게 건강 과보호에 중독돼 가는 게 한국인들이다. 이제는 폐기되는 가공식품을 대폭 줄이는 동시에 한국인의 품격을 스스로 지키고 자연생태계를 보호하는 획기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할 수밖에 없는 시점인 것 같다.

                                                                     (2020. 1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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