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너이 존중받는 사회에서 살고 싶다

2020.11.13 19:02

이인철 조회 수:1

 2. 인권이 존중받는 사회에서 살고싶다

    이인철

 

 

 편의점 앞에 종종 경찰순찰차가 정차할 때가 있다. 그때마다 느끼는 감정은 그리 편치 않다. 혹 미성년자에게 담배나 술을 팔았는가? 아니면 고객이 도난카드라도? 짧은 순간에 여러 가지 불길한 생각이 들이 꼬리를 문다. 그러나 담배나 먹거리를 사려고 잠시 들렀다는 것을 알았을때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법원이나 검찰에서 업무와 관련해 등기우편을 받아본 적이 있다.  그때마다 내용물을 알기 전까지는 나는 물론 아내의 당황해하는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행여 무슨 좋지않은 일이 있을까 하는 걱정스런 생각때문이다.  그러기에 우리가 살아가면서 재판과 사법기관은 멀리 할수록 좋다는 말까지 회자된다. 아직까지도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떠돌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죄를 짓지도 않았는데 왜 국민들은 사법기관에 압박감을 느끼는 것일까?

 전두환 군부정권이 들어서기 전 사회악을 일소한다는 명분으로 시작된 삼청교육대. 무고한 시민 6만여 명을 마구잡이로 검거해 아무런 반론권도 없이 무자비한 인권탄압을 저지른 바로 그 자리에 경찰과 검찰이 있었다. 교육현장에서 52명, 후유증으로 397명이 숨지고 정신장애와 상해자가 2천 678명에 이른다.

 사법개혁을 꿈꾸며 대통령 취임 2주만에 직접 일선검사와 대화에 나선 노무현 대통령. 고등학교 졸업 학력과 가족이야기를 꺼내들고 비아냥거리며 사법개혁에 냉소적인 입장을 보인 일선검사들. 오죽하면 당시 민정수석으로 참석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목불일견이라고 했을까? 즉 눈앞에서 벌어진 상황을 차마 눈뜨고는 볼 수 없었다는 얘기다. 결국 퇴임후 검찰이 있지도 않은 논두렁 시계사건을 언론에 흘려 전직 대통령을 모독하면서 압박수사로 서거에 이르게 한 사실을 우리 국민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조국 전 수석이 법무부장관으로 지명되면서 청와대와 검찰의 갈등 그리고 국론분열의 현장을 우리는 목격했다. 조국 전 수석 사건의 비리여부를 따지자는것이 아니다. 딸의 입시부정과 10억 사모펀드 의혹에 11시간에 걸친 압수수색과 형사부도 아닌 특수부검사 수십 명과 수백여 명의 수사관을 동원한 저인망식 수사에 우리 국민은 아연실색했다. 헌법에 보장돤 무죄추정의 원칙은 사람에 따라 여건에 따라 언제든 변할 수 있다는 수사관행 때문이었다.

 술을 자주 마신다는 이유로 도심지도 아닌 한적한 농촌마을에서 영문도 모르고 삼청교육대에 끌려가 후유증으로 일찍 생을 마감한 작은 아버지. 광주민주화운동에 연루돼 포승줄에 묶여 경찰들에게 끌려가는 동생의 모습을 평생 어찌 잊을 수가 있겠는가? 더구나 동생을 체포한 공로로 특진해 마치 국가를 위해 적을 무찌르고 돌아온 개선장군처럼 각 부서에 인사를 다니던 경찰들의 모습. 1980년대 중반 국민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연쇄살인범 이춘재. 최근 경기도 화성에서 발생한 여중생 성폭행살인사건의 범행을 자백하면서 "제가 저지른 살인사건으로 억울한 누명을 쓰고 수형생활을 한 윤성여 씨에게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밝혔다. 진범으로 몰려 20년간 옥살이를 한 윤성여 씨는 당시 22살의 새내기 농기계 수리공이였으나 지금의 나이는 53살이다. 인권이 무시된 강압적수사로 젊은 청춘을 허무하게 빼앗겨버린 것이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사건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탈북민 유우성 씨는 피해보상도 중요하지만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고뇌에 찬 삶을 살아온 그림자가 지워지지 않는다. 여동생까지 겁박하며 자신을 간첩으로 조작한 그들의 사법적 폭거. 자신의 삶은 물론 가족들의 삶까지 엉망으로 짓밟은 그들의 권력에 대해 국민의 마음과 아픔을 달랠 수 없다. 그들도 우리의 이웃이며 형제이기 때문이다.

  사법개혁을 추진하는 정치인들은 국민이 무엇을 아파하는지 모르는 것 같다. 오로지 자기당의 이해타산만 계산하는 모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자행되어온 경찰과 검찰, 판사로 이어진 사법살인사건들.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수많은 양민학살과 인권유린현장들. 이들이 정권과 유착됐을 때 사회적 약자들이 얼마나 수많은 나날을 분노와 불안에 떨며 살아왔는지를 단지 그들만의 얘기가 아니라 누구든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압박감 때문이다.

 뉴욕시장 출신의 라과디아 판사의 판결이 새삼 주목을 끈다. 배 고파 빵 한 덩어리를 훔친 노파에게 10달러의 벌금형을 그리고 판사 자신에게도 10달러의 벌금을, 재판정에 참석한 관중 모두에게 50센트의 벌금형을 선고하고 벌금 10달러를 제외한 나머지 47달러 50센트를 노파에게 전달했다.

  그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않고 노파를 방치한 우리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진정 소외된 이웃을 생각하는, 눈물겹도록 찐한 사람냄새가 나는 판결이 아닐까?그래서 국민들은 인권이 존중받는 사회에서 살고싶어 더 이상 인권이 침해받지 않도록 사법권이 국민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기대하는 마음인가 보다.

                                                                    (2020. 1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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