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태어난 손자, 송윤이

2020.11.13 23:52

신팔복 조회 수:1

캐나다에서 태어난 손자, 성윤이 

안골은빛수필문학회 신팔복

 

 

 

  가족들이 기다리던 손자가 2017924일 캐나다에서 태어났다. 핸드폰으로 걸려온 작은아들의 목소리가 낭랑하게 들렸다. 가족의 소원이 이뤄졌다. 며느리도 건강하다니 더욱더 좋다. 아내와 나는 전화를 받고 무척 기뻐서 큰아들과 딸에게 소식을 전했더니 손주들이 먼저 환호성이었다. 서울 사돈댁도 반가워 아내와 통화하며 크게 기뻐했다. 며칠 뒤에 산후조리하러 가겠다고 했다. 우리 내외도 당장 가보고 싶었으나 아내가 사돈댁에 양보하고 다음 달에 가자고 했다.

 

  작은아들이 보내준 캐나다 입국 심사 과정을 메모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인천공항에서 출발해 10시간 정도 걸려 캐나다 밴쿠버공항에 도착했다. 먼동이 트는 아침이라서 기내식을 했다. 한 시간을 기다려 다시 국내선을 타고 로키산맥을 넘어 2시간이 지나서 캐나다 중서부지역인 캘거리 공항에 도착했다. 가을 하늘이 높고 날씨가 맑았다. 6년 동안 만나지 못한 아들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무척 반가웠다. 아내가 아들을 안아보며 안부를 물었다. 나도 악수를 했다. 혼자서 공부하고 살림 차리느라 고생한 아들이다. 차에 짐을 싣고 고속도로를 달려 남쪽으로 내려갔다. 고속도로 이용은 무료였다.

 

  레스브리지로 달려가는 2시간 반 내내 끝없이 펼쳐지는 게 지평선이었다. 이렇게 드넓은 땅은 처음 보는 것이라서 놀랍기도 하고  부러웠다. 가끔 몇 그루의 나무와 작은마을이 보였는데 집들이 깨끗하고 아름다웠다. 우리네 200여 마지기가 넘어 보이는 커다란 농장들이 연속되었는데 모두 추수를 마쳐 휑한 갈색 밭이었다. 울타리 안에 젖소나 누런 고기소들이 한가로이 놀고 가끔 말 목장도 나타나 이색적인 풍경이었다. 보기만 해도 배부른 풍요의 땅이었다.

 

  큰 농장 안에 석유시추시설도 드문드문 보여 깜짝 놀랐다. 아들은 캐나다에도 석유가 많이 나온다고 했다. 이래서 부자나라이고 강대국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송유관도 설치되어 있었다. 우리나라가 탐사하고자 했던 부러운 석유였다. 산업의 기반이 되고 부국을 이루는 황금알과 같은 자원이다. 러시아 다음으로 방대한 땅을 가졌다는 캐나다가 이렇게 넓고 석유까지 나온다니 놀라웠다. 이런 땅이 우리나라에도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김제평야는 여기에 비하면 어린이 놀이터에 불과했다.

 

  레쓰브리지시내로 들어와서 ‘크로싱’마을의 아들 집에 도착했다. 이제 막 건축물이 들어서는 주택지에 아담한 2층 목조건물이었다. 대지도 넓어 생활하기 좋아 보였다. 이곳은 북쪽에 있는 엄청난 산림을 이용해 거의 목조주택을 짓는다고 했다. 며느리(류지형)가 포대기에 싸인 성윤(Liam)이를 보듬고 거실에서 마중했다. 아내가 손자를 덥석 보듬어 안고 좋아했다. 나도 손자를 안아보고 첫 대면을 했다. 제 엄마를 닮은 듯 얼굴은 약간 동글고 뽀얗다. 검정 머리에 눈도 반짝였다. 입을 오물거리며 기지개를 켜는 모습도 귀여웠다. 티 없이 맑은 얼굴이었다. 나는 세상을 모두 얻은 기분이었다.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기를 바랐다. 우리는 행복해서 환하게 웃었다. 며느리는 아직도 부기가 있었다. 고생한 며느리를 위로했다. 아이를 침대에 재우고 거실 벽난로 앞에 앉았는데 애완견 보리가 나왔다. 바둑이 색깔을 띠고 있는 웰시코기 품종이었다. 사람을 잘 따르고 눈치가 빨라 곧 사귈 수 있었다.

 

  마을은 50여 채의 집들이 길을 따라 들어서 있었다. 집 앞엔 커다란 잔디운동장이 있고 럭비 골대가 세워져 있었다. 특이한 점은 우편함이 한쪽에 세워져 있고 집이 지정되어 있어 주인이 찾아가게 되어 있었다. 소포는 따로 보관함에 넣어놓고 연락해 준단다. 배달이 편해 보였다. 건너편엔 도서관과 초·중·고등학교가 있었다. 또 가까이에 마트와 가게가 있어 생활에 불편한 점은 없어 보였다. 내가 겪어보지 못한 거센 계절풍이 며칠간 계속 불었다. 그래선지 운동장 가에서 자란 나무도 대부분 기울어 보였다. 2층 침대방을 사용하면서 창 너머로 밖을 보니 외출할 마음이 생기지 않을 정도로 태풍 같은 바람이 휘몰아쳤다. 무릎이 닿을 정도로 눈도 내렸다.

 

  일요일에 작은아들과 근처 호숫가로 놀러 나갔다. 검은 갈색을 띤 북쪽 기러기가 떼를 지어 물 위에 놀고 있었다. 어떤 무리는 소리를 내며 다른 호수를 찾아 줄지어 날아갔다. 호수는 맑고 깨끗했다. 시가지를 돌아 흐르는 올드맨강은 평탄한 언덕 아래에 있는데 수천 년의 세월 동안 침식되어 평지보다 100m쯤 가파르게 내려가는 협곡으로 흘렀다. 물길을 따라 키가 큰 나무들이 둔치에서 자라고 있었다. 자작나무를 비버가 끊어 넘긴 자국이 많았고 군데군데 물길을 막아 호수처럼 만들어 놓았다. 이곳은 개를 데리고 산책을 나온 사람들이 가끔 보였다. 우리 개와 서로 마주쳐서인지 우리가 동양 사람이라는 걸 알겠지만 환하게 웃으며 먼저 인사하는 예의를 보였다. 거의 모든 사람이 친절했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양보하는 모습은 우리네와 달라 보였다.

 

  사람이 드문 시골길에서도 차량을 먼저 보내고 기다려 길을 건너는 습관이 몸에 밴 것 같았다. 노란색 학교 버스를 만나면 모두가 양보했다. 예의와 질서가 있는 선진국민이었다. 나들이하고 집에 돌아오면 손자의 방긋 웃는 모습에 날짜를 잊고 지낸 20여 일이었다. 광활한 대지에 부강한 나라에서 태어난 손자가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기를 기원했다.

                                                                   (2020. 1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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