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소홀로 물 쓰듯 버려지는 돈

2020.11.27 21:45

이인철 조회 수:6

9. 관리 소홀로 물 쓰듯 버려지는 돈

    이인철

 

 

    

 종종 어린이들이 혼자 물건을 사러 올 때면 반갑고 신기하기만 하다. 사회생활을 첫 경험하는 어린이들의 모습에 나 자신이 빠져드는 느낌이다. 그러나 지폐를 꺼낼 때면 아쉬움이 크게 밀려온다. 호주머니에서 꼬깃꼬깃 구겨진 지폐를 꺼내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혼자 가게도 가고 계산도 하는 것을 배우지만 미처 돈의 소중함을 배우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닐까?

  이런 현상은 60대 이상 노인들이 더 심각하다. 지갑을 갖고 다니기 귀찮아서인지 호주머니에서 꺼내는 돈은 아예 똘똘 뭉쳐 있다. 어떤 분은 여기저기 호주머니마다 뒤져 내놓은 지폐는 하나씩 펴서 계산하는 데만도 한참이 걸린다.

  젊은이들은 다행히도 돈을 훼손하지 않고 반듯하게 보관하는 크립 형 간이 지갑이 유행이라 그리 걱정되지 않는다. 하지만 심심찮게 주머니에서 꼬깃꼬깃 구겨진 돈을 내던지듯 내놓는 젊은이들도 적지 않다. 그러다 보니 어느 때는 찢어진 돈이 너무 많아 애를 먹기 일쑤다. 하나씩 일일이 땜질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폐에 낙서나 심지어는 장난삼아 일부러 훼손하는 경우도 종종 발견된다.

  동전은 더욱 심각하다. 동전에 아예 구멍을 뚫거나, 어떤 것은 형체도 알아볼 수 없는 동전도 부지기수다. 고객에게 지불할 수 없는 동전이 너무 많아 은행에 가져갔더니 교환하려면 한국은행에 직접 가지고 가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버리기가 너무 아까워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동전을 진흙에 한참 비벼대니 열 개 중 한두 개는 건질 수 있었다. 이런 동전이 많은 것은 아마 동전을 모으는 통이 습기에 차 녹이 슨 게 아닐까 싶다.

 외국인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대부분 주머니에서 꼬깃꼬깃 구겨진 지폐를 내놓기 일쑤다. 주로 동남아지역에서 들어온 근로자들의 경우가 심한 편이다. 이쯤 되면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교육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화폐의 수명은 천 원권은 40개월, 5천 원권은 65개월, 만 원권은 최소 백 개월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로 인해 닳거나 찢어져 폐기되는 지폐만도 연간 약 4억 7천만 장으로 이를 한 장씩 쌓을 경우 약 50km 높이로 에베레스트산의 6배나 높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에서 한 해 폐기되는 지폐는 4조 3천억 원. 이들 훼손된 돈을 다시 찍어내는 데만도 연간 6백억 원이 소요된단다. 이 돈은 국민들이 모두 부담하게 되는 셈이다. 국민들이 돈을 1년만 아껴 사용할 수 있다면 한 해에 무려 150억 원을 절약할 수가 있다니, 돈에 대한 관리도 이젠 남의 일이 아니다. 돈을 아껴 쓸 줄 모르고 함부로 다루는 바람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 엄청난 예산을 물 쓰듯 버리기 때문이다.

 부를 축적하는 사람들의 공통적 습관은 돈 관리를 잘한다는 점이다. 헌 돈도 새 돈같이 깨끗하게 관리한다는 말이다. 그만큼 돈을 소중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느 정치 지도자는 후원금이 들어올 때마다 꼬박꼬박 다리미질을 해서 헌 돈도 새 돈처럼 나눠줬다는 일화가 있다. 받는 사람도 정성이 전해져 함부로 낭비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낭비를 줄이는 습관은 이제 지폐 관리부터 철저히 시작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2020. 1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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