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02 14:05
동쪽 마을에서
전희진
피뇬힐의 작은 산동네 마을은 언제나 노을이 파다하다
노을의 지는 힘으로 저녁 밥솥의 밥이 부글부글 끓고
설익은 산등성을 기어오르는 개들이 카요테 무리들에 맞설 근력을 키운다
무리를 본 기억은 없다
다만 열렬한 목소리들이 사력을 다해 하늘을 붉힐 뿐이다
어둠의 얼굴이 친숙해질 때까지 나는 카모마일티를 기울인다
어젯밤 산 그림자가 키우던 한 입의 작은 개 한 마리를 잃었다
사나운 불빛 뚝뚝 떨어진 마을의 모든 개들이
어둠에 달겨들어 한목소리로 내일을 기약했다
- 시산맥, 봄호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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