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나무
2020.12.06 08:33
가을나무
가을나무
정용진 시인
태양빛이 얇아지고
지나는 바람결이 소슬해지면
시냇가에
자신의 실체를 드러내듯
나뭇잎들을 하나 둘 떨구면서
가을 나무가 하는 말이
예사롭지 않다.
너무 뜨겁던 날 괴로웠다.
폭풍우가 쏟아지던 밤이 힘들었다.
성숙한 과일들이
지체에서 떨어져가던 날
마음이 몹시 아팠다.
찬 서리가 내리치던 초겨울
끝내 뜨겁고 붉은 눈물을 흘렸다.
가을 나무는 벗은 채
신 앞에 홀로서는
단독자의 자세로
지난 삶을 심판 받는다.
내면 깊숙이 고뇌의 흔적으로
가슴 속에 둘려지는 연륜(年輪).
가을 나무는
알몸으로 서서 흰 눈을 기다리며
가지마다 볼록볼록
생명의 꽃봉오리를 키우고 있다.
정용진 시인
태양빛이 얇아지고
지나는 바람결이 소슬해지면
시냇가에
자신의 실체를 드러내듯
나뭇잎들을 하나 둘 떨구면서
가을 나무가 하는 말이
예사롭지 않다.
너무 뜨겁던 날 괴로웠다.
폭풍우가 쏟아지던 밤이 힘들었다.
성숙한 과일들이
지체에서 떨어져가던 날
마음이 몹시 아팠다.
찬 서리가 내리치던 초겨울
끝내 뜨겁고 붉은 눈물을 흘렸다.
가을 나무는 벗은 채
신 앞에 홀로서는
단독자의 자세로
지난 삶을 심판 받는다.
내면 깊숙이 고뇌의 흔적으로
가슴 속에 둘려지는 연륜(年輪).
가을 나무는
알몸으로 서서 흰 눈을 기다리며
가지마다 볼록볼록
생명의 꽃봉오리를 키우고 있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884 | 나의 시 | 정용진 | 2003.02.25 | 496 |
883 | 시 인 | 정용진 | 2003.02.25 | 499 |
882 | 사 랑 | 정용진 | 2003.02.25 | 543 |
881 | 가로등 | 정용진 | 2003.02.25 | 543 |
880 | 님 | 정용진 | 2003.02.25 | 555 |
879 | 정전(停電) | 정용진 | 2003.02.25 | 514 |
878 | 자화상 | 정용진 | 2003.02.25 | 539 |
877 | 농부의 일기 | 정용진 | 2003.02.25 | 466 |
876 | 봄 | 정용진 | 2003.02.25 | 506 |
875 | 잠언(箴言) | 정용진 | 2003.02.26 | 476 |
874 | 금강산 | 정용진 | 2003.02.26 | 497 |
873 | 구룡폭포 | 정용진 | 2003.02.26 | 520 |
872 | 해금강 | 정용진 | 2003.02.26 | 485 |
871 | 여강(驪江) | 정용진 | 2003.02.26 | 489 |
870 | 한얼의 횃불을 높이 들며 (한인 이민백년사 서시) | 정용진 | 2003.02.28 | 582 |
869 | 나 | 정용진 | 2003.02.28 | 484 |
868 | 옥수수 | 정용진 | 2003.02.28 | 492 |
867 | 동백(冬柏) | 정용진 | 2003.02.28 | 546 |
866 | 산수유(山茱萸) | 정용진 | 2003.02.28 | 499 |
865 | 남도 꽃길 | 정용진 | 2003.02.28 | 76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