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희진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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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폐업

2020.12.17 16:12

jeonheejean 조회 수:128

폐업

전희진

 

가게 문을 닫기 위해 먼저 그는

구멍 난 자신의 문부터 닫아야 했다

자신의 문을 닫기 위해서 그는

자신을 흔들던 꿈을 닫아야 했다

꿈을 닫기 위해서

이십 년 뒤척이던 밤들의 불면을 닫아야 했고

청춘의 모진 국면을 닫고 그 속에

돌아가신 아버지 어머니의 소망을 닫고

 

깊숙이 닫혔던 보관함을 꺼내

좌우 모서리로 쏟아지던 청춘을 열고

꿈을 열고

자신을 열고

 

비로소 자신으로 돌아온 한 남자가

자신의 등을 향해 열린

꿈과 청춘과 짧은 이십 년을 모두 닫고

가게 문을 닫고

빗속으로

뚜벅뚜벅 걸어서 어디론가 사라져 갔다

 

 

-시집 '우울과 달빛과 나란히 눕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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