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17 16:12
폐업
전희진
가게 문을 닫기 위해 먼저 그는
구멍 난 자신의 문부터 닫아야 했다
자신의 문을 닫기 위해서 그는
자신을 흔들던 꿈을 닫아야 했다
꿈을 닫기 위해서
이십 년 뒤척이던 밤들의 불면을 닫아야 했고
청춘의 모진 국면을 닫고 그 속에
돌아가신 아버지 어머니의 소망을 닫고
깊숙이 닫혔던 보관함을 꺼내
좌우 모서리로 쏟아지던 청춘을 열고
꿈을 열고
자신을 열고
비로소 자신으로 돌아온 한 남자가
자신의 등을 향해 열린
꿈과 청춘과 짧은 이십 년을 모두 닫고
가게 문을 닫고
빗속으로
-시집 '우울과 달빛과 나란히 눕다'에서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4 | 봄, 그 거대한 음모 | 전희진 | 2019.01.22 | 85 |
13 | 동쪽 마을에서 [1] | 전희진 | 2020.12.02 | 87 |
12 | 연극 관람평 ‘해나와 공포의 가제보’ [2] | 전희진 | 2020.03.14 | 89 |
11 | 부부 | 전희진 | 2019.01.14 | 93 |
10 | 노라의 변신 | 전희진2 | 2019.12.17 | 95 |
9 | 선글라스의 귀환 | 전희진 | 2020.03.08 | 103 |
8 | 밀접 접촉자 | 전희진 | 2021.02.19 | 107 |
7 | 백년동안 몸을 풀지 않는 드가의 한 소녀를 위하여 | 전희진 | 2019.01.14 | 111 |
6 | 주제별로 살펴본 시집‘우울과 달빛과 나란히 눕다’ | 전희진 | 2020.12.05 | 114 |
» | 폐업 | jeonheejean | 2020.12.17 | 128 |
4 | 6월의 오후 3시와 4시 사이 [2] | 전희진 | 2019.01.29 | 132 |
3 | 노인 | 전희진 | 2020.07.16 | 146 |
2 | 오렌지 향기가 진동하는 봄밤의 살인 사건 [1] | 전희진 | 2020.05.20 | 151 |
1 | (시평) 전희진의 시 '늦은, 봄'을 읽다 | 전희진 | 2019.02.03 | 19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