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의 고충(苦衷) / 성백군

by 하늘호수 posted Jan 27,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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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의 고충(苦衷) / 성백군

 

 

파도는

잠시도 가만히 있질 못하고

몸부림이다

 

바다가

너무 넓어 길을 잃은 것일까

끝인 줄 알았는데

사방이 길이란다

 

방파제 넘어

언덕을 기어오르다

모래에 미끄러져 주저앉고

화를 내 보지만 거품만 인다

 

개울로 시내로 강으로

남보다 앞서고

이기기만 하면 좋은 줄 알았는데

와 보니 은퇴고

할 일도 없어 사방이 갑갑하다고.

 

물가에 친구여, 나처럼

늙어서 거품을 뿜어내며 갇혀 살기 싫으면

매사에 속도를 줄이고

앞뒤 돌아보며 넉넉하게 살다가

쉬엄쉬엄 오시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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