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17 15:08
쥐가 갉아먹은 책상
구석에
빨간 돼지 저금통을 놓으면서
어머니는 말했다
"너!
돼지 저금통 뜯기만 해봐라!"
한 달 두 달 지나며
꺼내 쓰고 싶은 즐거움이
돈을 넣는 괴로움을
삼켜 버린
어느 날,
"엄마, 나 훌륭한 사람 안 될래."
말 끝나자 마자
"너 무엇이 되려고 그러냐"
어머니는 동구 밖까지 쫓아 나왔다
동네 밖 어슬렁거리다
굴뚝에 연기가 피어오를
저녁 무렵,
방으로 몰래 숨어 들어 가
돼지를 잡았다
야호!
친구들 이름을 부르며
나는 점방으로 줄달음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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