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 들었음 >
열 살 안팎 우리 집 코이들
벌써 노쇠해서 가시는 분도 있고
까불고 물 위로 솟구쳐 재주넘기 하다가
풀밭에 떨어져 숨 안쉬는 녀석도 있고
해서, 한 해에 너댓마리 정도씩
어린 녀석들 사다가 함께 섞어 놓는다오
대가 끊기지 않도록
그런데 가끔씩 잿두루미들이 들이닥쳐요
눈 깜짝할 사이에 한 마리 입에 쏙 집어넣고는
줄행랑을 친다구
어제도 한마리 명을 달리 했구먼
물 깊이가 어른 한 길이 넘는데도
배고픈 녀석이 노는 녀석들 보다 더 재빠른 게지
두 살만 돼도 한 자가 넘게 커버리니
감히 건들지 못하는데
일년생은 대 환영이야
기막힌 간식거리지, 한 입에 쏘~옥
날렵한 개가 둘이나 있고
새가 내려 앉는 낌새가 나면
용수철 처럼 튀어 나가는데도
일단 그녀석 내렸다 하면
한 마리는 벌써 그 입 속에 있다구
좀 무서워하고 오지 말라고
꼭 실물 같은 커다란 부엉이룰 하나 구해서
연못가 나무 둥치 위에 뒀는데
그 녀석들이 벌써 다 알더라구, 글세
바로 그 옆에 내려 앉아서 낚시질을 해요, 나 원 참
그래서 손 들었음
자기 생업을 방해하지 말래나 어쨌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