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수쟁이들 >
어느 날 장안에
내노라 하는 세 국수쟁이가 모였소
피차 안부를 물으며 한동안 얘기 꽃을 피우다
의례 그 국수 얘기가 나왔겠지
식성대로 이런 저런 국수를 주문해 놓고는
주방쪽으로 자꾸 시선을 돌리며 세 사람 왈,
아마 이 세상에
자기만큼 국수에 일가견이 있고
그토록 좋아하는 사람 절대 없을 거라며
침튀기고 설전을 벌이지 않았겠소
마침내 이 참에
누가 진짜 국수쟁이인지 가리기로 했고
그래서 각자가 소견 발표 시작
첫째 사람 왈,
자기는 국수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날마다 먹어도 질리지 않는대
술보다 더 잘 넘어간대나?
아침 밥상에 쌀밥을 밀쳐 놓고
전날 남은 불은 국수를 찾는다고
와!~~~~, 참 좋아하는구먼
둘째 사람 왈,
뭘, 그 정도를 가지고서
이 사람들아,
난 국수를 그릇에 담아서 먹어본 기억이 없네
삶아서 맑은 물에 헹구다가, 그 보드라운 국수를
음미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결국 다 집어먹어 버리게 된다구
어떻게 그릇에 담을 때까지 기다릴 수가 있나
와!~~~, 자네, 국수 어지간이 좋아하는 구나
그랬더니, 셋째,
눈을 지긋이 감고는, 시를 한 수 읊더래
난
파아란 밀 밭 사이를 지나면
가슴이 설레인다
나만 알고, 너만 아는
그래서 배시시 웃을 수 밖에
다들 손발 들어버렸대
햐, 나도 오늘 가슴이 설렐라고 그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