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96
어제:
1,016
전체:
5,020,021

이달의 작가
2021.08.16 14:35

클래스 바 (Class Barre)

조회 수 10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클래스 바 (Class Barre)* 

이월란 (2020-6)

 

늙은 아들이 칠순 노모를 모시고 왔다

젊을 때 발레를 하셨어요, 잘 따라 하실 거에요

 

아빠처럼 뒤돌아보는 시선과

어린 딸처럼 남겨진 시선이 무대를 가른다

흘끔거리던 조명이 눈을 깜빡이고

 

엉거주춤 휘말리다 일인용 바에 매달린 꿈

한 때 발레리나를 꿈꾸었지

어린 딸에게 토슈즈를 신겨도 보았지

객석이 아닌 무대이고픈

 

보랏빛 레오타드가 앙상하다

한 번 넘어지면 결코 다신 일어나지 못해

아직 고통이 남아있어요

외발로 쳐든 고통은 아직도 안전해요

 

무덤가로 날아간 튜튜를 허리춤에 단단히 묶고

뱅그르르 협곡을 돌아 나오는 기나긴 꿈

아라비안 소녀처럼 아라베스크**,

인중 아래 숨이 멎는다

 

슬퍼서 가엾다면 백조로 변하게 해 주세요

이미 뛰어내릴 절벽은 없어요

 

파르르르 파문이 퍼지면

혼돈의 호수에 빠진 백조의 꿈을 건지러

돌아온 아빠의 깃털이 어린 노모를 덮었다

 

 

*현대무용, 발레, 필라테스, 요가, 모던 댄스를 접목한 운동

**발레 기교의 하나 (한쪽 다리로 서서 다른 쪽 다리는 곧게 뒤로 뻗친 자세)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 제1시집 푸쉬킨에게 이월란 2008.05.07 510
10 제1시집 별리동네 이월란 2008.05.07 446
9 제1시집 그대 내게 다시 올 때에 이월란 2008.05.07 702
8 제1시집 장대비 이월란 2008.05.07 527
7 상사병 이월란 2008.05.07 553
6 내 안에 있는 바다 이월란 2008.05.07 569
5 제1시집 의족(義足) 이월란 2008.05.07 521
4 제1시집 세월이여 내 사랑만은 이월란 2008.05.07 537
3 야경(夜景) 이월란 2008.05.07 575
2 카인의 딸 이월란 2008.05.07 634
1 애모 이월란 2008.05.07 635
Board Pagination Prev 1 ... 74 75 76 77 78 79 80 81 82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