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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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2021.08.16 14:40

물병과 병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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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병과 병물 

이월란 (2021-2)

 

병물을 사서 물병에 채운다

플라스틱 삼킨 배를 뒤집고 죽은 물고기와 눈이 마주쳤기 때문이다

 

입을 맞대고 서로에게 쏟아졌다 흘러나온다

배를 뒤집고 쳐다보는 눈도 없는데

그때 그 때 쓸모 있는 내용물이었다 그럴듯한 포장이 되어준다

 

내가 물병인 날 당신은 병물이었다

사막을 달려온 목마름으로 흘러내리는 당신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가벼워진 당신은 다시 물병이 되고

출렁이는 무게를 향해 필사적으로 굴러온다

생각이 깊어지면 자칫 재활용당하기 쉽다

 

흐르고 싶어

담기지만 않을래

 

그래, 흐르는 물가로 가자

물 앞에서 물 뒤에서 투명한 서로의 몸을 들여다본다

흐르는 물이 눈을 채우면 서로 물병이 되려 쏟아져 내렸다

눈을 깜빡이기만 해도 물은 사막이 되는 이치여서

떨어뜨린 물방울은 아이들처럼 사라지고

 

방울방울

손이 젖은 우리는 서로의 가슴에서 자꾸만 미끄러져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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