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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워지지 않는 이름이고 싶다/오연희

내 가슴에 살아있는 이름들 가만히 되뇌어 본다 몽실몽실 하얀구름되어 포근히 안겨오는 이름도 있고 묵직한 바위덩이로 가슴을 누르는 이름도 있다
포근한 이름에 동그라미를 그리고 통증이 이는 이름에 가위표를 긋는다
아픈 이름만 솎아내 버리면 내 삶은 빛났으리라 정말 그런줄 알았다
지우고 싶은 이름 때문에 힘든 세월의 강은 지금도 흐르고 있지만 내 눈은 깊어지고 내 가슴은 열려지고
무릎꿇는 자의 잔잔한 평안도 누린다
흘러가는 강물 따라 하나 둘 내 곁을 떠나가는 이름 나를 익게 한 상처들도 함께 지워져 간다
지우고 싶은 이름 없다 지워지지 않는 이름이고 싶다


2004년 맑은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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