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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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2003.07.24 07:13

그는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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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웃었다♣

한국에서 남편친구의 친구라는 낯선분이 오셨다

말기암 6개월 선고를 받고
삶을 정리하다가
마지막 지푸라기 잡으러
멕시코에 암치료 받으러 가는 길 이라고 했다

일년전 오빠를 암으로 떠나보낸 내 앞에
뼈만 앙상한 모습의 그가 나의 집으로 들어서며
웃었다

현미밥, 야채 셀러드에 된장국을 끊여 드렸더니
한국서 음식 못받아 들인지 얼마 만인지 모른다며
오늘 참 좋다며
웃었다

오십을 바라보는 이제껏 한번도 가본 적이 없는 교회라며
먼저 웃 챙겨입고
소파에 두손 가지런히 모으고 앉아
많이 떨린다며 아기처럼
웃었다

병원으로 향하는 길, 차창으로 해골 같은 얼굴을 내밀곤
잘 견딜거라며
기도 할거라며
웃었다


일주일 만에 병원문을 들어서는 날 보곤
휘청거리며 다가와 내 손을 꼭 잡고
많이 좋아졌다며
웃었다

다음날,
더 이상 간이 기능을 하지 않는다는 진단 앞에
마지막 정리를 서둘러야 된다며

복수 줄줄 흘리며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틀후,
하늘나라로 떠났다
그는,

정리 할 것이 많다고
정리 할 것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웃었을까?

난 울다가
그의 웃음이 생각나
웃었다

-오연희-

2003년 7월14일

2003년 2월호 "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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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공공 수영장의 백인 미녀

  2. 공작새

  3. 공항에서 만나는 사람들

  4. 관계회복이 주는 기쁨

  5. 광주에 가다

  6. 구름다리 12

  7. 구안와사

  8. 국화옆에서

  9. 국화차를 마시며

  10. 굿바이, 하이힐!

  11. 귀향

  12. 그 바람

  13. 그 집엔 누가 살고 있나

  14. 그날이 오면

  15. 그냥 주는데도 눈치 보면서

  16. 그네타기

  17. 그는 웃었다

  18. 그래도 그 말 밖에

  19. 그랜드 케뇬

  20. 그런 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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