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오연희

posted Jul 13,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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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오연희


벼르고 별러 산 쌍둥이표 칼
먼저 자리 잡고 있던 모든 칼들 위에
군림하듯 당당하다

어설픈 살림꾼의 손에서 위세등등 해 진 칼
연한 것은 칼이 닿자마자 잘려나가고
강한 것은 슬쩍 버팅겨 보다가 틈을 열어 준다
목적에 알맞은 크기가 되는 것이
모두의 즐거움인 양
원래의 모습들은 사라져간다

칼 빛만 번쩍해도 위계질서가 잡힐 듯한
그 위세가 섬뜩해지고
머리끝이 쭈뼛 서는 순간
두 손가락 끝에서
붉은 피가 마구 솟구친다

한참을 눌러도 멈추지 않는 분노
상처를 들여다 보는 것이 무섭다
상처 받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법을 깨우치라는
교훈
칼날보다 매섭다


미주문학 2006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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