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0/2) 미주 중앙일보 본국판에서, 미국에 살다간 어느 한국 특파원의 “발칙한 미국 할아버지” 에 관한 칼럼을 재미 읽게 읽었다. 스포츠카나 BMW 같은 멋진 새 차를 몰고 젊은 여자들에게 친절을 베풀며 수작을 거는 돈좀 있다 하는 50 대의 할아버지를 일컽는 말이라고 했다.
자신감과 ‘주책’의 중간쯤에 있는 ‘나이 없는 미국’의 풍경이 낯설었지만 참으로 흥미로웠다는 작가의 글을 읽으며 몇 해 전에 있었던 그일이 떠올랐다.
나의 가족이 영국 사는 동안 아이들 여름 방학을 이용해서 미국에 두 달 간 와 있었다. 아는 분의 배려로 조그만 아파트에서 아이 둘을 데리고 지내게 되었는데 그 동네는 영국 가기 전에 우리가족이 4년 동안 살았던 익숙한 곳이라 참으로 편안했다.
어느 날 샤핑을 나갔다가 파킹장을 걸어가고 있는데 폼나는 차 한대가 내 옆에 섰다. 50대 중반쯤 보이는 말끔한 미국신사가 이 근처에 은행이 어디 있느냐고 물었다. 난 아주 친절하게 답해주고 난 뒤 샤핑할 예정이었던 K마트로 걸어 가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새 아까 그 신사의 차가 내 앞에 다시 와 멈추더니 자신은 다른 주에 사는데 출장 가는 길에 이 도시에 들렸다면서 온 김에 이 도시 구경을 좀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시간이 괜찮으면 안내를 좀 해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처음 보는 동양여자에게 그런 부탁을 하는 그 신사의 말에 황당했지만 설마 나를 사기칠리야 없겠지 하면서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고 애썼다. 그런데 마음에 걸리는 것은 그가 짙은 선글라스를 쓰고 있어서 눈을 볼 수 없다는 점이었다. 그 사람의 눈을 보면 진실한 사람인지 아닌지 쉽게 판단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일단 아이들 픽엎 시간이 있기 때문에 곤란하다며 거절을 했다. 그랬더니 자신이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또 이 도시를 거쳐갈 텐데 그때 다시 만나자고 했다. 혹시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되면 안 나와도 괜찮다면서 일단 며칠 후 한번 만나자고 했다.
세상에 온갖 나쁜 일들이 사람을 덜석 믿어버리는 이런 부주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싶어 난 잠시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내가 혹 길을 물으면 자신이 가던 길을 돌려서라도 친절하게 장소를 안내해주던 그 동안 만났던 많은 미국인들이 생각났다. 그들은 그토록 친절했는데 나는 의심부터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아니야 왜 하필 나에게 그런 부탁을 하는 거야 부담스럽게…잠시 마음이 복잡했다.
일단 며칠 후니까 좀더 생각해보고 안 나와도 되니까.. 하는 생각에 내가 살던 아파트 근처 큰 샤핑몰인 랄프안에 있는 제과점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순간 부터 고민이 시작 되었다. 저녁에 밥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 중에 오늘 있었던 일 모두를 아이들에게 털어놓고 말았다.
나의 딸과 아들이 정색을 하면서 말했다.
“우리 엄만 진짜 세상 험한 줄 모르네....”
한심하다는 눈초리로 쳐다 보았다.
“엄마! 요즘 그런 사람들 많은거 몰라요?.”
도무지 애들이 어디서 무슨 이야기를 들었기에 이러나 싶어 가슴이 덜컹했다.
“그렇게 여자 유인해 가지고는 죽여서 내장을 다 빼가지고 팔아 먹는 데요! “
헉!!
내장을 빼서 팔아 먹어?
아이들의 발상에 기가막히긴 했지만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사흘 후 난 약속 장소에 시간보다 조금 일찍 나갔다.
이리저리 몰 안을 빙빙 돌아다니다가 시간이 되어서 제과점 앞으로 가고 있는데 그가 들어오고 있었다.
“미안하지만...네 부탁을 들어 줄 수가 없단다.”
두근거리는 가슴 누르며 겨우 내뱉은 나의 말에
그는 서슴없이
“괜찮아…이렇게 나와 준 것만으로도 고마워.”
정중하게 한마디 하고는 편안한 웃음을 지으면서 그렇게 돌아서 갔다.
정말 홀가분하다는 느낌과 아닌데..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을 하며 나도 서둘러 그곳을 빠져 나왔다.
그가 정말 한국특파원 칼럼의 내용처럼 "발칙한 미국 할아버지"였을까?
자신감과 ‘주책’의 중간쯤에 있는 ‘나이 없는 미국’의 풍경이 낯설었지만 참으로 흥미로웠다는 작가의 글을 읽으며 몇 해 전에 있었던 그일이 떠올랐다.
나의 가족이 영국 사는 동안 아이들 여름 방학을 이용해서 미국에 두 달 간 와 있었다. 아는 분의 배려로 조그만 아파트에서 아이 둘을 데리고 지내게 되었는데 그 동네는 영국 가기 전에 우리가족이 4년 동안 살았던 익숙한 곳이라 참으로 편안했다.
어느 날 샤핑을 나갔다가 파킹장을 걸어가고 있는데 폼나는 차 한대가 내 옆에 섰다. 50대 중반쯤 보이는 말끔한 미국신사가 이 근처에 은행이 어디 있느냐고 물었다. 난 아주 친절하게 답해주고 난 뒤 샤핑할 예정이었던 K마트로 걸어 가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새 아까 그 신사의 차가 내 앞에 다시 와 멈추더니 자신은 다른 주에 사는데 출장 가는 길에 이 도시에 들렸다면서 온 김에 이 도시 구경을 좀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시간이 괜찮으면 안내를 좀 해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처음 보는 동양여자에게 그런 부탁을 하는 그 신사의 말에 황당했지만 설마 나를 사기칠리야 없겠지 하면서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고 애썼다. 그런데 마음에 걸리는 것은 그가 짙은 선글라스를 쓰고 있어서 눈을 볼 수 없다는 점이었다. 그 사람의 눈을 보면 진실한 사람인지 아닌지 쉽게 판단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일단 아이들 픽엎 시간이 있기 때문에 곤란하다며 거절을 했다. 그랬더니 자신이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또 이 도시를 거쳐갈 텐데 그때 다시 만나자고 했다. 혹시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되면 안 나와도 괜찮다면서 일단 며칠 후 한번 만나자고 했다.
세상에 온갖 나쁜 일들이 사람을 덜석 믿어버리는 이런 부주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싶어 난 잠시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내가 혹 길을 물으면 자신이 가던 길을 돌려서라도 친절하게 장소를 안내해주던 그 동안 만났던 많은 미국인들이 생각났다. 그들은 그토록 친절했는데 나는 의심부터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아니야 왜 하필 나에게 그런 부탁을 하는 거야 부담스럽게…잠시 마음이 복잡했다.
일단 며칠 후니까 좀더 생각해보고 안 나와도 되니까.. 하는 생각에 내가 살던 아파트 근처 큰 샤핑몰인 랄프안에 있는 제과점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순간 부터 고민이 시작 되었다. 저녁에 밥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 중에 오늘 있었던 일 모두를 아이들에게 털어놓고 말았다.
나의 딸과 아들이 정색을 하면서 말했다.
“우리 엄만 진짜 세상 험한 줄 모르네....”
한심하다는 눈초리로 쳐다 보았다.
“엄마! 요즘 그런 사람들 많은거 몰라요?.”
도무지 애들이 어디서 무슨 이야기를 들었기에 이러나 싶어 가슴이 덜컹했다.
“그렇게 여자 유인해 가지고는 죽여서 내장을 다 빼가지고 팔아 먹는 데요! “
헉!!
내장을 빼서 팔아 먹어?
아이들의 발상에 기가막히긴 했지만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사흘 후 난 약속 장소에 시간보다 조금 일찍 나갔다.
이리저리 몰 안을 빙빙 돌아다니다가 시간이 되어서 제과점 앞으로 가고 있는데 그가 들어오고 있었다.
“미안하지만...네 부탁을 들어 줄 수가 없단다.”
두근거리는 가슴 누르며 겨우 내뱉은 나의 말에
그는 서슴없이
“괜찮아…이렇게 나와 준 것만으로도 고마워.”
정중하게 한마디 하고는 편안한 웃음을 지으면서 그렇게 돌아서 갔다.
정말 홀가분하다는 느낌과 아닌데..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을 하며 나도 서둘러 그곳을 빠져 나왔다.
그가 정말 한국특파원 칼럼의 내용처럼 "발칙한 미국 할아버지"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