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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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2003.11.06 12:49

나팔꽃

조회 수 87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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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팔꽃

고향집 허름한 담벼락에 기대어
덜 떨어진 눈꼽 사이로 빙긋이
웃어주던 수더분한 나팔꽃

어느 서러운 님 가방에 숨어들어
울렁이는 욕지기 참으며
내딛은 운명의 땅

후들거리는 발걸음
미끈한 버터냄새
키 큰 야자수가 어깨 구부정하게
내려다보며
이방(異邦)의 초췌한 씨 한 톨
주시하고 있었다

그리움으로 가슴 뻐근한데
돌아갈 길 더 아득해
짐 팽개쳐놓고
작은 몸 하나 눕힐 곳 찾아 헤맸다

속으로만 터져 가는 그리움
담벼락 붙잡고
통곡했다

오르다 오르다 하늘까지 닿으면
내 고향마을 쩌렁 울리도록
추억의 나팔소리
실컷 불어보련다


2004년 미주문학 봄호
?

  1. 꽉 막힌 도로와 한국 정치

  2. 꿈같은 인연 그리고 만남

  3. 나 가끔

  4. 나를 살게 하는 소리

  5. 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

  6.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

  7. 나에게 온전히 몰두하는 아름다움

  8. 나의 아이들아

  9. 나이테

  10. 나이테

  11. 나팔꽃

  12. 낙엽주(落葉酒)

  13. 남가주에서 꿈꾸는 '가을비 우산 속'

  14. 낮잠

  15. 내 추억의 집은

  16. 내가 죽는 꿈

  17. 내인생의 가장 행복한 결심 '내려놓음'

  18. 냉장고 정리와 마음 청소

  19. 너는

  20. 너무맑아 슬픈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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