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오연희

내 추억의 집은

posted May 05,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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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집은/吳蓮姬

내 추억의 집은
문을 열고 내다보지 않아도
비가 오는걸 알 수 있었다

안방 얼룩진 천장 벽지가
툭 터지면서
찌그러진 양은 세숫대야 위로
후두둑
비가 쏟아졌다

빗물 튀지 말라고
헌 치마 뭉쳐서 대야 안에 넣었다

치마가 푹 불가졌을 때 쯤
비가 그쳤던가
거짓말처럼 햇님이 뻥긋했던가

빗물에 치마 조물조물 헹궈
빨랫줄에 널었더니
가죽자반 널어놓은 거랑 몽땅
도둑이 쓸어가 버렸다



시작노트: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이었나보다.
시골에서 혼자 사시는 외할머니댁에 놀러가곤했다.
이웃에 사시는 외할머니의 친구이신 그 할머니는 아픈몸으로
논에 나가서 일하시다가 독사에게 물려 다리가 뱀 색깔로
퉁퉁 불어 있었다. 아파도 쉴수도 없는 가난을 보았다.
난 그친구 할머니의 손녀딸과 친구가 되어 그 집에서
자곤했다. 그아이의 이름은 잊었지만 함께했던 그시절이,
가난조차도 그리움으로 남은 추억속의 그 집을 그려보았다


'심상' 2003년 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