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오연희
뒷마당 한 켠에
아침마다 눈길 맞추는
사과나무 한 그루 있다
파란 싹 하나 돋더니
무성한 소문처럼 순식간에
꼬리에 꼬리를 물고
걷잡을 수 없는 꽃으로 피어
사과나무는 잊혀졌다
한 계절은 전설처럼 흘러가고
무성한 소문 낙엽처럼 떨어지는
가을이 왔다
사과나무가 죽었을 것이라고도 하고
혹 살았을지라도
절대 열매는 맺지 못 할 거라고도 했다
한동안 잊혀졌던 나무에
진실의 열매 세 알 머리를 맞대고
보석처럼 반짝이고 있다
아래 수정본
진실/오연희
뒷마당 한 켠
아침마다 눈길 맞추는
사과나무 한 그루
파란 싹 하나 돋더니
걷잡을 수 없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피는 꽃
꽃에 취해
사과는 잊었다
계절은 전설처럼 흘러가고
저 가녀린 가지에 뭘 기대하냐는
무성한 소문 낙엽처럼 떨어지는
가을
고개 끄덕이며
또
잊었다
진실은 가장 나중에
밝혀진다는 듯
가을 끝자락
열매 세 알 머리 맞대고
소근소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