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쓸 수는 없지/오연희
독을 품고는 시를 쓸 수 없지
미움을 안고는 시를 말할 수 없지
시기 질투 미움이 지글거려도
가슴을 쓸어 내리며
마음이 잔잔해진 후 써야 되지
품었던 독이 녹아져 내리고
미움을 말했던 입술이 부끄러워지는 시
읽는 이도 빙그레 웃을 수 있는
그런 시를 써야 되지
세상의 독과 미움을 가라 앉히는 시를 써야 되지
오해와 상처와 절망과 분노가
참으로 미안하다고
고개를 숙이는
그런 시를 써야 되지
시를 쓸 수 없는 그런 날은
시를 쓰지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