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오연희

별 이야기

posted Nov 30,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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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이야기/오연희


학교가 파하면 책 가방 휙 던져놓고

들로 나갔다.

나물 캐고 메뚜기 잡고

가까운 산에 올라 이름 모를

꽃들과 숨바꼭질 했다

양지바른 산등성이 묘지에 엎드려

삐삐 뽑다가 스르르 잠이 들었다

어둠이 깔리면 귀신으로 둔갑하는

묘지 속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말을 걸어왔다


강에서 빨래를 했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홀랑 벗고 들어가 물장구 몇 번 치다가

슬며시 발을 뻗어 보았다

몸을 한껏 내려도 닿지않던 수심

가슴은 철렁 내려앉고 온몸은 뻣뻣했다

해 마다 한명씩 물귀신이 끌고 간다는

그곳에서 살아난 나

첫 죽을 고비를 넘겼다

 

학교 운동장에서 여자

레슬링 시합이 있었다

엉겨 뒹굴던 우람한 여자들의 포효

열광하는 관중들의 함성

초 저녁의 고함소리가 거짓말 같은,

적막조차 감도는 운동장 모래 위에

명옥이랑 나란히 누웠다

하늘 한 귀퉁이 잡아 당기면

와르르 쏟아질 것 같은 별 별 별.............

어디서 얻은 반짝임들일까?


자정이면 묘지 열고 하산하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그리움일까?

물귀신이 된 그 아이의 원혼일까?

여자 레슬링 선수들의 기구한 사연일까?


그날 밤

명옥이와 나는 변치 않을 우정을 걸어 두기로 했다

별 하나 나 하나 별 둘 나 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