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다리 12/오연희
무수히 많은 순간들
시간을 훑고 지나오며 뿌린 웃음과 눈물이
남은 달력 한 장 속에 농축되어 있다
1자로 걸어온 한해의 끝이 보이고
바짝 붙어 따라오는 또 한해
잠시 몸을 비켜 세우다가
2자가 되었다
하나와 둘이 손을 꼭 잡고
한 세월을 건너는
12월
분주하게 내딛던 발길 멈추고
차분하게 주위를 둘러보는
구름다리 하나
하얀 그리움 뿜으며 달려오는 기차
마음 따라 가느라 걸음 제쳐진 행인들
그 위로 축복처럼 눈이 내리고
하늘에서 내려다 본
하얀 무지개
내 가슴에도 쌓이는 눈꽃
-한국 시전문지 "심상" 2006년 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