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바람 /오연희
어스름한 새벽녘
신주단지처럼 요강을 껴안고
어디론가 사라지시는 어머니
나지막한 발걸음
뒷마당에서 멎는다
아파트 공터 조그만 텃밭은
울 어머니 세상
해보다 먼저 일어난
환한 채소들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가시지 않은 가족의 온기를
골고루 뿌려주며
우린 하나라고 토닥거려 준다
바람타고 돌아다니던 찌릿한 냄새에
쏟아지는 이웃들의 불평
묵묵한 웃음으로
세월을 견디는 어머니
백김치 통김치 열무김치 총각김치
한 껏 담아
가가호호 문을 두드리면
어쩜 그렇게 맛 있어요?
비결이 뭐에요?
되 돌아오는 짜릿한 바람
어머니 얼굴을
간지럼 태운다
하핫... 우리집 텃밭 이바구 하는거 아닙니까? 촌에 가면이젠 그 텃밭은 없어지고... 오히려 쓸쓸함만 더합디다. 어머니의 향수가 짙게 배어 나는 시에 오랫동안 멈춥니다.
오연희 (2006-03-15 21:37:34)
선생님..
그림이 너무 재믿지요?
죽은깨에 볼그족족한 볼이
간지럼 타는 얼굴 같아서요.^*^
이 시의 주인공인 저의 시어머님은
지금 아흔셋인데 정정 하신 편이에요.
부지런하시고..베풀기를 즐거워 하시던
참으로 본이 되는 분이셨어요.
이젠...잔귀가 드셔서 전화소리를 잘 못
들으시니까 당신 할말만 실컷 하시고
전화를 끊어버리시는...
세월이 참 슬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