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금발/오연희 오래, 잊고 있었던 말이다 입을 떼려 하면 몸이 기우뚱해지고 눈을 감으면 가슴이 싸아해지는, 빙 둘러선, 초롱한 눈빛들 배경 삼아 땅 위에 그려진 거대한 십자가나 오징어 위를 한 발로 폴짝폴짝 뛰던 아이 배경 속에서 튀어나온 도드라진 눈빛에 더 가볍게 더 높이 깨금발 치던 아이 한 발로도 너끈히 톡탁거리며 누비던 땅 풋풋한 흙 기운으로 하늘을 찌르겠다던 아이 두 발 힘껏 뛰어도 닿지 못하는 하늘 삶의 골목마다 채이는 걸림돌 등을 떠미는 세월의 무게를 알 수 없었지 삐거덕거리는 관절의 불협화음 휘적대며 켜대는 공허한 울림을 짐작도 할 수 없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