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2.27 18:52
호흡
내 인생, 내가 만들었다고
믿으며
수백 년 살 것처럼
살림집을 꾸려 나갔다
방 책장
자서전, 회고록, 일대기, 평전들
뒷 표지
부러진 바코드에는
돌아가신
기산 고모할머니가
살고 있었다
결혼식을 며칠 앞두고
중환자실에서
눈을 맞추며
"아름답구나."
그리고 떠나가셨다.
그날 밤,
어머니는 말했다
"너를 기른 것은 내가 아니라
고모할머니다. 네 뒤도 손으로 닦았다.
네가 아플 것 같다고."
그러나 한 번도 그 사랑이
떠오르지 않았다
바쳐지는
조건 없는 사랑은
살아남아 호흡이 되었다.
............................................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소네트
보고 읽어라
듣고 써라
쓰다듬어 주라
이 세상을
이 세상이
화염에 휩싸이지
않고, 우박이
쏟아지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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