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오연희

한 겹

posted Jun 13,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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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겹/오연희


발그레한 복숭아 한 껍질 벗겨내면

단내 물씬, 보드랍고 말캉한 살

아가 입에 물리는

엄마 젖이다


얄팍한 주걱으로

누르스름한 된장 한 겹 걷어내면

배추 속대처럼 말간 빛

고향이다


이사 올 때 깔아 놓았던 장식용 카펫

몇 해 만에 걷어내면

숨죽여 있던 뽀얀 털 보송보송

부드럽고 나긋나긋한 처녀 살이다


마음 한 겹 걷어내는 곳은 없을까

벗겨내고 나면

남아 나는 부분이 있기나 할까

그 두툼한 한 겹



  "YTN '동포의 창'2007-07-26 방영 동포의 창 방영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