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그 끔찍한 멀미/오연희
빌딩의 떨림이 온 몸으로 번져오는데 몇 초
소름이 온 몸을 훑고 지나갔다
어떻게 만 연발하다가
곁에 있는 사람을 꽉 껴안았다
창 밖에는
놀라서 뛰쳐나간 사람들의
부르르 떠는 몸짓들이 보인다
머지않아 흔들림은 잦아들었지만
몸 구석구석 스며든 여진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버스 기차 비행기 배…
멀미 약이라면 멀미가 날 정도로 많이 먹고 살았다
강력한 약 기운에 슬며시 꼬리를 내리던 의식
지구 안인지 바깥인지 몰라도 상관없었다
몽롱한 어둠을 헤매는 동안
세상은 알아서 돌았다
멀미 때마다
부활의 기쁨처럼 내딛었던 땅
이젠 그마저 눈 똑 바로 뜨고
지켜봐야 한다
입 쩍 벌린 아가리로 불길 활활 뱉어내다가
한 순간에 꿀꺽 삼켜 버릴지도 모르는
못 믿을 땅
하늘 뿐이구나
2008년 7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