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사우나 갔다가 체중계의 바늘을 보고 쇼크를 먹었다. 10파운드가 더 나가다니 믿어 지지가 않았다. 저녁을 실컷 먹고 간 것을 감안하더라도 말이 안 되는 숫자였다.
지난 몇 주 동안을 곰곰이 돌아 보았다. 맞아! 요즘 바지가 꽉 끼이고 몸이 많이 둔했어…증세가 뚜렷했는데도 애써 무시했던 나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얼마 전 남편 사무실 근처에 새로 오픈한 베이커리에서 내가 좋아하는 노란잼이 듬뿍 든 소라빵과 초컬릿 쿠키를 거의 입에 달고 살았다. 그뿐인가. 서너시쯤 되면 카프치노 위에 뿌려주는 윕크림 맛을 잊지 못해 스타벅스를 뻔질나게 드나들던 달콤한 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당분간 '베이커리'와 '스타벅스'를 멀리하기로 했다. 하지만 평소에 먹는 식사량을 줄일 자신은 없었다. 한끼라도 소홀히 먹었다 싶으면 도무지 머리가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토요일 아침 파머스 마켓에서 토마토와 오이 그리고 무화과 몇 알로 아침을 때웠다. 날씨도 화창하고 몸도 가뿐했다. 이런 식으로 가면 머잖아 체중도 빠질 것 같았다.
정오가 가까워 올 즈음부터 비도 부슬부슬 오고 날씨가 어둑어둑하니 기분이 착 가라앉았다. 창 밖을 내다보고 있자니 뒷집 팜트리가 새삼 이국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시화전 초청 받은 사실이 떠올랐다. '이런 까막귀신' 내 머리를 한대 쥐어박으며 얼른 안방으로 올라가 옷장 문을 열었다. 날씨로 인해 시화전에 참석한 사람들의 기분이 축 쳐져 있을 것이다. 몇 달 전 한번 입고 넣어뒀던 연하늘색 원피스가 생각났다.
일단 몸에 옷을 끼워넣기는 했는데 운전 석에 앉으니 아랫배가 장난이 아니게 조여 왔다. 휴! 이 옷도 이젠 끝장이군. 모임장소로 가는 내내 분풀이 하듯이 껌만 씹어댔다.
시화전하는 곳에 들어서니 옷이 화사하다고 한마디씩 했다. '감사합니다'하면 될 것을 나도 모르게 '저 10파운드 늘었어요.' 뱉어버리고 말았다. '날씬하기만 하네요'라고들 했다. 너무 티를 낸 것 같아 아차 싶기도 하고 10 파운드나 늘었는데 그럴리가…의아스럽기도 했다.
일주일간은 거의 배고픔만 면할 정도로 가볍게 먹었다 '더 먹어.' 아무 생각 없이 뱉는 남편의 말에 눈을 부릅떴다. 일주일이 지나고 다시 사우나를 갔다. 체중계 위에 올라서는 것이 겁이 났다. 어라~ 겨우 1파운드 덜 나간다. 으흐흑! 음식을 더 줄이라는 것은 죽으라는 말이나 같은 거야! 비통한 마음으로 체중계의 바늘을 쏘아봤다. 그런데 언뜻 체중계 옆 벽면에 무슨 쪽지가 눈에 들어왔다. "-7파운드 하세요" 라는 조그만 글자였다. 세상에 그랬구나 고장이었구나. 반갑기도 하고 한편으론 속태운 것이 억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