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오늘:
24
어제:
33
전체:
1,292,329

이달의 작가
2012.03.20 08:05

블랙 엥그스

조회 수 72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블랙엥그스/오연희


 
사우스다코다에 가면
금빛 초원위를 노니는
세월좋은 검은소를 쉽게 만날수 있다

어둑어둑한 저녁나절
눈발이 휘날이는 들판에서
해가 지든말든 눈이 오든말든 제 알 바 아니라는 듯
유유히 풀을 뜯고 있는데
영악한 사람들은 하늘을 가리는 어디론가 다 피하고
우둔한 저들은
하늘과 땅 사이를 가득 채운 하얀 눈세상에서
하던 일을 계속하고 있다

축복의 크기를 확인하기에는
어둠 만큼 좋은 것이 없다는 듯
눈이 발하는 수억의 빛을 온 몸으로 읽으며
세상 여념없이 풀을 뜯고있는데
얼만큼 어두워 져야 집으로 돌아가는지
느린 저 걸음으로 밤새 다다를 집이 있기나 한지
혹은 저 들판이 바로 저들의 집은 아닌지
온갖 상상을 하다가

차든 집이든 건물이든
더 크고 더 멋진 곳에 몸 싣은 것을 지고의 낙으로 삼다가
자기몸 크기만한 관 속이나
혹은 한줌의 뼛가루를 담을 조그만 단지 속으로 돌아가는
인간의 결국과
그 인간들을 위해 한 몸 온전히 다 내주고 가는
저들의 결국에 대하여 생각하다가

영혼 꼭 붙들고
가던 길 쪽으로 사라져 가는 일 외에
길이 없어

길을 간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49 1 오연희 2006.06.08 809
248 수필 [이 아침에] 이육사의 '청포도'는 무슨 색일까? 오연희 2013.09.25 806
247 사랑 1 오연희 2007.02.28 804
246 도너츠 오연희 2004.02.18 802
245 인생, 그 세월의 강 오연희 2004.06.05 802
244 성탄카드를 샀네 1 오연희 2006.12.19 802
243 가위질 1 오연희 2005.04.20 801
242 나의 아이들아 1 오연희 2007.02.28 797
241 인생, 광야의 세월 오연희 2004.06.06 795
240 구안와사 1 오연희 2006.01.01 794
239 5월의 이별 오연희 2006.06.14 788
238 릴레이 오연희 2006.05.24 788
237 첫사랑처럼 오연희 2004.08.09 786
236 해 바라기 file 오연희 2004.09.29 786
235 신부엌떼기 오연희 2012.03.30 786
234 지워지지 않는 이름이고 싶다 오연희 2004.08.26 782
233 사우나탕에서 1 오연희 2006.11.14 780
232 낙엽주(落葉酒) 1 오연희 2004.11.10 779
231 8월 오연희 2012.08.12 779
230 왕의 남자 오연희 2006.06.14 775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 21 Next
/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