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20 08:05

블랙 엥그스

조회 수 72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블랙엥그스/오연희


 
사우스다코다에 가면
금빛 초원위를 노니는
세월좋은 검은소를 쉽게 만날수 있다

어둑어둑한 저녁나절
눈발이 휘날이는 들판에서
해가 지든말든 눈이 오든말든 제 알 바 아니라는 듯
유유히 풀을 뜯고 있는데
영악한 사람들은 하늘을 가리는 어디론가 다 피하고
우둔한 저들은
하늘과 땅 사이를 가득 채운 하얀 눈세상에서
하던 일을 계속하고 있다

축복의 크기를 확인하기에는
어둠 만큼 좋은 것이 없다는 듯
눈이 발하는 수억의 빛을 온 몸으로 읽으며
세상 여념없이 풀을 뜯고있는데
얼만큼 어두워 져야 집으로 돌아가는지
느린 저 걸음으로 밤새 다다를 집이 있기나 한지
혹은 저 들판이 바로 저들의 집은 아닌지
온갖 상상을 하다가

차든 집이든 건물이든
더 크고 더 멋진 곳에 몸 싣은 것을 지고의 낙으로 삼다가
자기몸 크기만한 관 속이나
혹은 한줌의 뼛가루를 담을 조그만 단지 속으로 돌아가는
인간의 결국과
그 인간들을 위해 한 몸 온전히 다 내주고 가는
저들의 결국에 대하여 생각하다가

영혼 꼭 붙들고
가던 길 쪽으로 사라져 가는 일 외에
길이 없어

길을 간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09 수필 "결혼 생활, 그거 쉽지 않지" 오연희 2015.07.06 292
408 "나는 기쁘다" 오연희 2003.06.22 1082
407 수필 "내가 뭐랬냐?" 오연희 2003.06.29 908
406 "이것또한 지나가리라" 에 대하여 1 오연희 2008.03.03 1464
405 수필 "정말 충분했어" 오연희 2003.07.12 833
404 수필 '드롭 박스'에 버려지는 아기들 오연희 2015.07.06 175
403 수필 '아니오'라고 할 수 있는 용기 오연희 2018.09.26 188
402 시작노트 '어머니' 그 무게감 1 오연희 2006.05.04 1126
401 수필 '우두커니'를 거부하는 사람들 4 오연희 2017.11.30 184
400 수필 '우리'의 정서 오연희 2007.08.07 1696
399 수필 '조심조심, 미리미리' 오연희 2017.08.02 142
398 수필 '카톡 뒷북녀'의 카톡 유감 4 오연희 2017.03.14 232
397 -도종환의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를 읽고- 오연희 2006.08.09 908
396 2023 한국일보창간 축시 file 오연희 2023.07.17 75
395 5월의 이별 오연희 2006.06.14 788
394 8월 오연희 2012.08.12 781
393 수필 94세 시어머니 1 오연희 2006.05.09 1308
392 Help Me 1 오연희 2006.07.13 748
391 K시인 이야기 오연희 2005.01.19 702
390 YMCA 1 오연희 2007.08.03 1325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21 Next
/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