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오늘:
15
어제:
13
전체:
1,293,450

이달의 작가
2012.08.12 14:00

8월

조회 수 78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8월/오연희


때글때글 영근 연둣빛 포도송이에 눈길이 닿자
시큼한 침이 금세 입안 가득 번진다
머잖아 하얀 분 뽀송뽀송한 짙은 보라로 물들 것이고
난 조심스레 그들을 내 것으로 만들 것이다
한 송이 톡, 따내는 상상만으로도 손끝이 짜릿짜릿하다
그런데 눈도장 소홀히 한 며칠 사이 사달이 났다
알맹이가 쏙 빠져나가 너덜너덜해진 까만껍질
입질 하다 만 알갱이를 안스럽게 감싸 안은 뭉그러진 보라껍질
열등아처럼 끼어있는 청포도까지
포도즙으로 엉긴 포도송이의 몰골이 가관이다
일 년 내내 코빼기도 보이지 않으면서 귀신같이 때를 아는 다람쥐
어디 나타나기만 해봐라, 눈을 부라리는데
나 잡아 봐라, 는 듯 담벼락 위를
고성능 바퀴 굴리듯 곡예를 부리며 달려가고 있다
놈을 따라 정원의 눈들이 일제히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고 있다

푸른 하늘 출렁대는 8월의 뜨락.


미주시학 2013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9 파 꽃 1 오연희 2009.03.16 1483
28 수필 파피꽃 언덕의 사람향기 12 file 오연희 2017.05.01 269
27 편지 오연희 2005.07.07 682
26 폐가(廢家) 4 file 오연희 2016.08.08 207
25 나의 영상시 풀의 역사 3 오연희 2021.03.19 106
24 풍경 오연희 2005.08.17 728
23 풍선 오연희 2014.11.26 198
22 하늘에서 왔어요 오연희 2015.07.07 88
21 한 겹 1 오연희 2007.06.13 1200
20 수필 한 편의 시가 던져준 용기 2 오연희 2018.08.07 195
19 수필 한번만 기회를 주신다면 오연희 2003.06.30 887
18 한지붕 두가족 오연희 2006.02.23 739
17 한해를 보내며 오연희 2003.12.27 730
16 수필 함께 밥 먹는다는 인연의 대단함 4 오연희 2017.01.19 9790
15 해 바라기 file 오연희 2004.09.29 786
14 해를 보내며 1 오연희 2004.11.03 883
13 해변에서 오연희 2005.08.03 709
12 해변에서 1 오연희 2003.08.05 604
11 해변에서 2 오연희 2003.08.05 716
10 해부 오연희 2004.09.15 669
Board Pagination Prev 1 ...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Next
/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