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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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계단

2006.02.24 22:12

김진학 조회 수:613 추천:126

계단 1. 그 여자의 집 4층을 오른다 계단은 오를 때마다 방금 청소한 듯 도무지 먼지라곤 없다 낮에 온다면 더 깨끗하리라 ㄱㄴ을 수없이 뇌까리던 모습이 선명하다 피처맥주1600미리 한 병과 오징어 안주에 설렐 7시간의 자유를 위해 강을 건너고 달려온 그 여자의 숫컷임을 아무도 모르리라 2. ㄱㄴㄱㄴ 계단은 말이 없다 그래도 사람들은 터벅터벅 오르며 깊은 생각을 한다 그건 슬픈 일이다 ‘無卓錐之地’ 그래 정말 송곳하나 세울 땅도 없는 아이러니한 도시의 중산층은 울고 볼 일이다 3. ㅁㅁㅁㅁ 이젠 미친 듯 에너지를 소모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침마다 만나는 사람들인데도 좁은 통 속에서 화난 모습들 그건 확실히 소화가 안 될 일이다 그래서 그 여자는 계단이 있는 4층에 산다 ㄱㄴㄱㄴ 열린 창문으로 익은 겨울이 들어와 총총히 내린다 나는 오르고 ‘錐也無’ 송곳 세울 땅은 커녕 마음에 세울 송곳도 없다 날리는 눈송이를 잡던 바람이 들어와 계단을 세운다 멀건 국수에 양조간장 뿌려 5,000원을 받아먹던 새벽 2시의 논현동 포장마차가 갑자기 생각난다 잠시 후 그 여자는 ㄴ 오고 나는 ㄱ 가며 웃을 일을 - 詩作메모 - 오래된 일을 회상하면서... 註) 무탁추지지(無卓錐之地) / 당나라의 유명한 선승(禪僧) 장주나한이 깨달음을 얻고 읊은 선시(禪詩)의 시제(詩題)이다. 無卓錐之地 / 장주나한 去年貧未是貧 거년빈미시빈 今年貧始是貧 금년빈시시빈 去年無卓錐之地 거년무탁추지지 今年錐也無 금년추야무 (작년의 가난함은 아직 가난이라 말할 수 없으니 올해의 가난함이 정말 가난의 시작이구나 작년엔 송곳 하나 세울 땅도 없었는데 올해는 송곳도 없다.) 卓 - 세울 탁 錐 - 송곳 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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